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며 ‘뉴 삼성’을 기치로 내세우며 혁신을 강조하고 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최근 대외 행사를 통해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재계는 연말 사장단·임원인사와 새해 사업계획을 통해 다시 한 번 대대적인 혁신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 다양한 혁신의 방법 중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메추 성장혁신 포럼 선임연구원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경영학과 교수, 데릭 반 베버 경영학과 부교수 등은 여러 학자들과 함께 펴낸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혁신’을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그러나 어떤 비즈니스가 현재의 고객에게 더 나은 물건을 계속 공급하지 못한다면 고객들이 더는 이전의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지속형 혁신은 자연적 치환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주력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신 모델을 선보이지 구 버전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사라고 광고하자 캠리의 판매가 주춤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들은 “지속형 혁신에 투자하고, 지속형 혁신을 개발하며, 지속형 혁신의 결과물을 파는 기업들 중에는 눈에 띌 정도로 순수하게 성장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거시경제 성장의 연료가 되는 새로운 일자리도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효율 혁신(Efficiency innovaion)’으로,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도록 돕는다. 효율 혁신을 통해 기업은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경쟁이 이뤄지는 모든 경제에서 효율 경쟁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려는 기업들의 바로 그 본성 때문에 효율 혁신은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거나, 특정 업무를 해당 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급자에게 아웃소싱하게 된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본 활용도 더 효율화하고 현금흐름도 향상시킨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혁신은 세 번째인 ‘시장 창조형 혁신(Market-creative innovation)’이다. 산업이 처음 출현할 때는 대부분 해당 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너무 비싸고, 보통 사람들이 접할 기회도 많이 없어서 단지 부유한 사람들만 구매하고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시장 창조형 혁신은 이런 상품과 서비스를 모든 사람이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도록 싸고 접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다. 더 많은 사람이 해당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창조형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 창조형 혁신은 ‘더’ 단순하고 ‘더’ 낮은 비용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속형 혁신에서 사용됐던 공급체인은 시장 창조형 혁신과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새로운 공급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유통 채널을 설립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따라서 시장 창조형 혁신은 새로운 성장,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저자들은 시장 창조형 투자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충족되지 않은 고객 니즈를 찾아내는 기업가와 경제적 플랫폼의 존재다 경제적 플랫폼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뚜렷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내재한 기술이나 특징이 그 것이다.
캐냐의 엠페사 서비스는 무선 통신 플랫폼을 사용해서 전국에 걸쳐 고객들이 은행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2007년 엠페사가 출시되었을 때, 케냐 사람들의 은행 이용률은 20%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80% 이상의 캐냐 사람들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저자들은 “어떤 시대든 강력한 경제는 세 가지 혁신 모두를 조합한 것이지만 오직 시장 창조형 혁신만이 궁극적으로 번영을 창출하는 영구적인 일자리를 가져온다”면서 “그 과정에서 시장 창조형 혁신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며 안정된 고용을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기업들에게 필요한 혁신은 바로 시장 창조형 혁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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