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를 겪으며,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법 개정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 내에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당장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자, 개헌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헌특위는 1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그간 소위원회와 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한 개헌의 주요 쟁점에 대한 심사 경과를 보고받았다.
특히 정부 형태와 국회·정당·선거·사법부 분야의 개헌 사항을 논의한 제2소위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집행부의 권한을 분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인영 개헌특위 제2소위원장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분권, 협치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면서 "적합한 정부 형태와 대통령 분권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분권 수준이나 내각 구성방안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제1소위에서는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으나, 지방정부의 강화된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위 위원들은 대부분 개헌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의 이종배 의원은 "대선과 같이 한다거나 대선 전 (개헌안) 국회 통과는 시기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우선 특위에서 합의된 안을 가지고 이번 대선에서 국민투표를 같이 한다든지 하고, 일정 기간을 정해서 나머지를 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권력에 대한 부분은 5월 초 선출될 대통령의 권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행 헌법에 따라 당선되면 절대 권력이 된다"면서 "대선 전 이 문제가 국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국회와 갈등을 겪을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미 경기가 진행중인데 지금 개선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면서 "대선 전까지 개헌 논의를 잠정 중단하고 대선 후 논의해서, 연말까지 시간을 갖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대선 전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단일 개헌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28일까지 개헌안을 도출한다는 대략적인 일정도 잡혔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친문세력은 대선 이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당 개헌특위 간사에게 이런 식의 정략적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공식 반발했다.
개헌특위는 14일과 15일, 제1소위와 제2소위별로 자문위원회와의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고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3당은 단일안 마련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의 반발에 따라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