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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장]
명량해전(鳴梁海戰)을 앞둔 이순신 장군이 최악의 상황에서 임금에게 올린 장계의 내용이다. 조선 선조 30년(1597년) 나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놓였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순신은 통제사 재임명 교서를 받고 수군 재정비에 나섰다. 전선 12척에 군사 120명. 최악의 전투 조건으로 전쟁을 수행했고 또 승리했다.
사랑하는 내 나라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사건으로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를 추앙하는 것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서만이 아니라 올바른 삶의 가치, 올바른 정의와 정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한 처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가르침 때문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주말, 전국적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사람도 15명, 역대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많다. 주요 정당 후보는 각자 상징성을 둔 곳에서 선거 유세에 들어갔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실정(失政) 등으로 매번 속아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이나 퇴임 후는 순탄치 않았다. 초대부터 3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전 대통령과 5~9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각각 3·15부정선거와 유신헌법을 만들어 정권 연장에 나섰다가 이승만은 해외로 쫓겨났고, 박정희는 심복의 총탄에 쓰러졌다.
신군부를 앞세워 권좌에 오른 11~12대 전두환,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은 파란 수의를 입고 나란히 법정에 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소(小)통령이라 불린 아들 김현철이 구속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대중 정부에선 ‘홍삼트리오’로 불린 홍일·홍업·홍걸 삼형제가 모두 비리에 휘말렸다.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는 구속, 장남 홍일씨는 로비 사건 연루로 불구속 기소됐다.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족들의 금전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이명박 정부에선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다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5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됐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터 중에서 가장 나쁜 터가 청와대 터라는 듣기 민망한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떨까. 5·9 대선은 ‘조기대선’이다. 대통령 궐위로 인해 예정보다 7개월 일찍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 데다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 있는 대통령을 가려 뽑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패권주의, 도덕성, 청렴도 등에서 흠결 사유를 지목 받고 있다. 국민의 화합을 이루고, 계층 간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 인격과 덕망을 갖춰 모든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포함해 대통령 후보에 등록한 15명 중에서 옥석을 골라야 한다.
오는 28일은 제472회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충무공의 나라 사랑에 대한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공식 기념일이다.
올해 10월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 풍호동에 ‘이순신리더십 국제센터’가 개관된다. 세계적 석학들이 교류하고 근무하는 글로벌 연수기관으로 조성된다. 개관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석학들이 방문한다.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도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배우기에 나섰다. 다음달 4일엔 전라남도 여수시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여수거북선축제’가 열린다.
흔히 이순신 장군을 영웅으로 이끈 것은 ‘솔선수범, 선공후사, 감성소통’이라고 한다. 솔선수범은 리더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모범을 보이며 구성원을 옳은 길로 이끄는 것을, 선공후사는 리더가 사욕을 취하지 않고 공적 의무를 더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또한 충무공은 항상 부하들과 소통하는 화합의 지도자였다. 목숨이 위태로운 전장(戰場)에서는 엄하고 무서운 지도자였지만 평소엔 자애로운 장수였다.
충무공은 두려움과 책임감으로 인해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하던 충무공의 또 다른 모습이다.
차기 대통령은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모습이 아닌 숨겨진,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하던 또 다른 뒷모습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해무(海霧)지만 언젠가 절차탁마(切磋琢磨)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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