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번 프랑스 대선은 기존 정치에서 배제돼온 정치 아웃사이더 간의 경쟁이었다는 점에서 프랑스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 도심 테러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메일 해킹, 가짜뉴스와 네거티브 전략도 다수 나왔지만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일단 지난달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 각각 1·2위로 결선에 오른 것은 정치사적 의의가 큰 것으로 꼽힌다. 지난 1958년 이후 60년 동안 사회당·공화당이 아닌 비제도권 정당 출신 후보가 대선 결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제'라는 독특한 선거 방식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특히 올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후보가 나오기는커녕 1∼2위권과 3∼4위권의 지지율 격차가 3∼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막판까지 결승 진출자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1차 선거 직전 파리 도심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의 르펜이 승리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짜뉴스가 쇄도한 것도 역대 대선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내 트위터에서 공유된 정치 관련 링크 가운데 4분의1은 가짜뉴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뉴스와 함께 네거티브 전략도 다수 나왔지만 과거와 달리 유권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르펜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3일 열린 TV 토론 이후 급격하게 하락했다. 상대 후보인 마크롱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일관하고 공약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 탓이다. 다양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극우'의 이미지를 씻어 버리지 못한 점도 르펜의 발목을 잡았다.
EU 탈퇴, 프랑화 부활 등 극단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르펜의 당선을 막으려는 주요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의 바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중도 우파 공화당과 급진 좌파 정당 후보의 지지자도 2차 투표에서는 마크롱에 많이 투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심각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크롱의 정치 개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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