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안방보험의 300조원 금융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그 동안 줄곧 체포 연행설에 휘말린 우샤오후이 (吳小暉) 회장이 14일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방보험의 앞날에도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실제로 중국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15일 증권시보에 따르면 안방보험이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27곳의 주식은 전날 일제히 폭락해 시가총액 620억 위안(약 10조2000억원) 어치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안방보험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진디그룹(金地集團) 주가가 4.34% 하락하며 시총 97억 위안이 증발한 것을 비롯해 중국건축, 진룽제(金融街), 자오상서커우(招商蛇口) 주가가 3% 넘게 하락했다. 중국철건, 완커(萬科), 바오리(保利)부동산, 퉁런탕(同仁堂), 둥아아자오(東阿阿膠), 자오상은행 등 주가 하락폭도 2%가 넘었다. 안방보험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0.73%, 0.72% 하락하며 주저앉았다.
안방보험은 우 회장의 소식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잠재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앞서 14일 공식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우 회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다른 고위 임원들이 우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아 직무를 대행해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방보험의 미국 대변인도 안방보험의 미국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시장에서도 회장의 사임이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주로 투자 심리적인 방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방보험은 14일 우샤오후이 회장이 개인적 사유로 회장직을 사임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는 따로 전하지 않았다. 중국 언론에 나온 보도로는 우 회장이 어떤 이유로 당국에 연행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금융업 분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당국이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따른 자본 유출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등 일부 언론은 우 회장의 부패혐의가 당국에 포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샤오후이 회장은 중국의 유대상인이라 불리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이다. 고향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 렌털·매매 사업을 하다 2004년 자본금 5억 위안의 자동차 보험사 안방화재보험을 창업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만에 안방보험은 전세계 직원 3만명, 고객 3500만명의 중국에서 돈 잘 버는 보험사로 떠올랐다. 안방보험의 총자산은 2조 위안(약 330조원)에 육박해 총 자산 기준으로 중국 3위 보험사에 등극했다.
안방보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4년 10월 미국 경제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하면서였다. 안방보험은 이후 100년 역사 벨기에 피데아 보험사, 260년 역사 델타로이드 은행, 네덜란드 비밧 보험, 미국 피델리티 보험사까지, 미국·유럽 기업을 거침 없이 사들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양생명보험,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잇따라 인수하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하지만 안방보험이 워낙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자 의혹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엔 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가격만 올려놓고 발을 빼 뒷말이 무성했다.
안방보험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과다한 부채, 미공개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안방보험의 지분을 우샤오후이 회장의 친인척과 지인 100여명이 39개 유령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우 회장이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져 있는 만큼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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