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린 8·2 대책] '투기 온상' 일괄규제...실수요자 강남 진입도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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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오진주 기자
입력 2017-08-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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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3구 3.3㎡당 재건축 300만원 이상 상승…일반아파트는 100만~200만원 가량 올라

서울 강남3구 재건축·일반 변동률 1위 아파트값 추이.[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정부가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한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도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간 가격 상승률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8·2 부동산 대책'을 통한 지역 일괄 규제가 강남권 시장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내에서 3.3㎡당 재건축 매매가격이 7개월간 300만원 이상 뛸 동안 일반아파트는 100만~200만원 남짓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강남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3.3㎡당 매매가격 상승폭을 살펴보면 재건축이 372만원 상승할 때 일반아파트는 139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개포주공1단지' 매매가격이 지난달 작년 12월 말 대비 21.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아파트 가운데서는 삼성동 '중앙하이츠빌리지'가 6.5% 정도 올랐고,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 2.27% 오르는 데 그쳤다. 재건축 아파트와의 상승률 차이가 많게는 10배가량 나는 셈이다. 

같은 기간 서초구에서는 재건축값이 3.3㎡당 321만원 오를 때, 일반아파트값은 156만원가량 올랐다. 또 송파구의 경우 재건축 아파트값이 300만원 오를 때, 일반아파트는 241만원 올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서초구에서는 재건축을 진행 중인 잠원동 '신반포(한신20차)' 가격이 올 7월 3.3㎡당 3826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말 대비 25.4%가량 올랐다. 반면 잠원동 '대우아이빌'은 5.56% 오르는 데 그쳤다. 또 송파구에서는 재건축을 진행 중인 신천동 '진주아파트'와 문정동 '현대1차'가 같은 기간 각각 17.5%와 15%라는 비교적 높은 변동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단지 상위 20개(500가구 이상)를 살펴봐도 80%가량인 17개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20개 단지 가운데 1990년 이후 지어진 단지는 강동구 '강일리버파크10단지' 1곳에 불과했다.

이처럼 재건축과 일반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차이가 나는 것은 강남권 재건축에 대한 수요층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같은 강남권이라도 재건축과 일반아파트의 규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초구 서초동 N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강남 전체를 투기세력의 온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 본다"며 "강남권에 입성하려는 사람들은 자녀 학교 문제나 직주근접 때문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기를 목적에 두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대책"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L공인중개사도 “재건축에 가려져서 그렇지 일대 일반아파트는 생각만큼 가격이 오르지도 않으며, 찾는 손님도 늘 일정한데 정부가 거래 자체를 가로막으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외려 8·2대책 이후 매도 문의가 늘고 있는데 이에 응하는 손님은 없다. 정부가 실수요층만큼은 거래를 원활하게 터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강남 3구의 멸실 가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재건축의 희소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2년간 강남 3구의 멸실 가구 수는 1만53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멸실된 7565가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현재까지 새 정부의 강남권 신규 아파트 공급 계획은 전무한 수준이라 공급 부족에 따른 아파트값 폭등까지 우려되고 있다. 강남 3구에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만2672가구와 6888가구가 공급됐다. 올해 하반기 공급 예정 물량은 62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 진원지로 강남을 짚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강남권 재건축으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맞는다"며 "강남권으로 수요는 계속 몰리고 있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강남권은 물론 서울 내에서도 재건축과 일반아파트를 구분해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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