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산업계는 정부가 추진해온 구조조정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보다는 악화를 초래해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진해운 파산은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절차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한다. 금융기관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업종에 대한 분석과 예측 없이 좁은 시각에서 단기 전망에 의존해 자금 회수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으로 기업을 고사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이달 초 발간한 ‘한진해운 사태의 반성과 원양정기선 해운 재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인 2016년 8월 회사 선복량은 61만7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로 세계 선복량의 3.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점유율은 43만6000TEU로, 양대 국적해운사의 합계 점유율은 5.1%였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달 기준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35만3000TEU로 세계 선복량의 1.7%에 불과해 1년 새 국적선사 점유율이 3분의1로 뚝 떨어졌다.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한국 해운이 벌어들이는 운임수입 약 3조원이 날아갔으며, 한국의 세계 물동량 점유율도 2015년 11.9%에서 올해 1~7월 기간 5.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국제물류 대란, 수출상품의 납기지연, 실업자 발생뿐만 아니라 북미·유럽 항로 운임인상과 함께 국적선사가 보유하고 있던 글로벌 물류 인프라 축소에 따른 수출상품 경쟁력 축소, 한국해운의 핵심역량 유출과 신뢰도 추락 등 장기적인 후유증도 드러나고 있다.
기업의 경영 실패에 따른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에 빠진 기업들의 상당수는 경영자의 경영파탄보다는 세계 경제 침체 및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기업들에 운영자금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추가 금융지원을 중단했고, 자금 투입의 적기를 놓치면서 구조조정 실패,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하거나 외국에 헐값에 넘겨지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원한 자금 대부분이 단기 유동성 해소용으로만 이뤄져 지원 받은 기업들은 곧바로 채무상환 부담을 안게 되어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됐다.
금융기관의 기업 자금지원은 정부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사실상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 구조조정에 있어 ‘컨트롤 타워’로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 구조조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기관 등이 주도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정상화와 국가경제 및 글로벌 경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되고, 오로지 재무건전성 제고를 통한 자금 회수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게 문제다.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되 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기업의 기존 사업구조나 조직구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 그 기능 또는 효율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또한 구조조정 시 발생하는 실직자, 국내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도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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