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는 덩치에 비해 얼마나 버는지 보여주는 주요 수익성 지표다. 외형을 키우고도 IB에 손댈 수 없다면 ROE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는 초대형 IB와 단기 금융업 인가안을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애초 금융당국은 전달 말 안건을 통과시켜 최종 승인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표면상으로는 국정감사와 심사 기간이 겹쳐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초대형 IB 출범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과거보다 높은 초대형 IB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먼저 자기자본을 7조원대까지 늘린 이유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도 발행어음 영업인가를 위해 4조원 이상으로 자본을 키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가가 늦어질수록 ROE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배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ROE는 순이익을 총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미래에셋대우 ROE는 상반기 말 9.42%(연환산)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9.15%, 6.34%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키움증권이 20.87%를 기록해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5.61%로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초대형 IB 자격을 갖춘 대형사 가운데 10%대를 넘긴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렸으나 두 자릿수 ROE를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우려했던 대로 순이익 증가폭이 늘어난 자기자본에 못 미쳤다.
코스피 랠리에도 증권주 시세가 답보 상태인 이유다. 삼성증권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약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각각 10%, 6%가량 빠졌다.
권대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형사 자본확충이 구조적인 개선이 아닌 단순한 몸집 불리기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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