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놓고 또 다시 충돌하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에 이어 두번째다.
17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1.79%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연내 1~2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코픽스 신규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금융채 5년물 기준 주담대에 대한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22일 해당 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를 0.05%포인트 올렸지만, 금융감독원의 지적이 이어지자 3주 만에 제자리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산금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이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부도율이 높아진다. 때문에 가산금리에도 리스크를 반영,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저신용자에게 더 높은 가산금리를 반영하는 것도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행태를 바로잡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후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막은 첫 번째 사례로 남으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 역시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국과 은행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도 하나금융 이사회와 정면충돌했다.
금융당국은 회장 후보군 중 유력한 후보가 특혜대출 등 의혹이 큰 만큼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금융권에서 당국이 민간기업 CEO 인사에 직접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관치금융' 의혹을 제기하자 꼬리를 내린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의 경영권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新)관치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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