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없이는 국민연금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자본시장을 감시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외부 입김이 들어가면 공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현실은 달랐다. 번번이 간섭해왔다.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
5일 만난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었다. 금융당국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들여다보고 고민해온 인물이다.
요즘 박창균 교수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는 국민연금 지배구조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이다. 왜 기금을 올바로 운용해야 하는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은 아직 실망스럽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논란만 예로 들어도 충분하다. 정부가 직·간접으로 개입했다고 한다.
박창균 교수는 "그동안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논의하지 않은 게 아니라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을 뿐"이라며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고, 적어도 기금운용본부는 정부에서 못 건드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가입자만 생각해야 하고, 여기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 정부는 앞으로도 기금운용본부를 놓지 않을 공산이 크다.
박창균 교수는 "정부는 공공성에 우선적으로 주목한다"며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성이 명분을 얻으려면) 국민적인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하면 무자본특수법인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법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박창균 교수는 국민연금을 세 개로 쪼개는 방안도 제안했다. 즉, 펀드를 세 개로 나누면 서로 경쟁할 수 있고, 외부에서 간섭하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박창균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정작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삼성그룹 경영진이 제시한 근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도 독립시켜야
자본시장 파수꾼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가 외풍에 휘둘려서도 곤란하다. 거래소에서 시장감시본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창균 교수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가 안전규정까지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증권업계가 자금을 대서 세운 민간 주식회사인 거래소가 시장을 감시한다는 게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를 상장시키면 시장감시본부 독립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상장사에 주어진 의무"라며 "그러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이 새해 들어 크게 올랐다. 정부가 잇달아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를 고조시킨 덕분이다. 이런 분위기가 더 이어지려면 효율성과 건전성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당근책만을 강조하다가는 시장 자체를 도박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박창균 교수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대해 똑같은 투자자 보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코스닥에는 개인뿐 아니라 모험자본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전세력이 코스닥에서 끊임없이 활동해왔다"며 "일정액을 넘어서는 금융사고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관련업무를 평생 금지하는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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