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海南)성은 정부의 자유무역항 건설지역 선정으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이난의 바이주(白酒) 시장은 오히려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지리·정책적 이점을 이용해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을 목적으로 바이주 업체들이 앞다퉈 하이난 시장으로 진출했다. 강한 지역성 등 성장 한계성을 가진 하이난 주류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눈앞의 이익만 바라본 것이 독(毒)으로 작용했다.
중국경제망은 “최근 중국 전통술 ‘바이주’ 기업의 하이난성 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회의 땅으로 주목을 받았던 하이난의 주류시장이 포화 상태로 변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베이징(北京) 주류업체 화두량주(華都釀酒)를 예로 들며 “하이난 바이주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두량주 산하의 일부 브랜드 제품은 이미 하이난 시장에 진출한 상태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중국 정부는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한다는 국가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기초적인 수준의 자유무역항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내놨다. 또 2035년에는 홍콩,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자유무역항으로 발전시킨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달 20일 하이난성이 ‘하이난 자유무역항 중점 투자유치 임무 리스트’를 통해 8월 말까지 대규모 투자유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현황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유무역항 지정 발표로 하이난성이 투자 기획의 땅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하이난 주류시장은 시장 규모가 작고, 한계성이 큰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오타이(茅台), 우량예(五糧液) 등 중국 대표 바이주 대기업이 이미 (하이난) 시장에 포진돼 업계 간 경쟁이 매우 심화된 상태”라며 “화두량주 등 한정된 인지도를 가진 업체들이 살아남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화두량주는 하이난 지역 주류업체인 ‘하이난중신(海南眾鑫)’과 협력해 하이난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적 발전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업계 대부분이 화두량주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화두량주 이외 중국 유명 주류업체들도 하이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화두량주가 대기업 간의 거센 경쟁에 휩싸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하이난 현지인 사이 입소문만으로 인기를 얻은 쓰촨(四川) 지방의 술 ‘촨주(川酒)’가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이는 화두량주의 외로운 싸움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화두량주가 베이징 특유의 장향(醬香)형 바이주라는 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난 사람들은 깊고 풍부한 향과 뒷맛이 오래 남는 쓰촨 또는 구이저우(貴州) 지역색이 짙은 바이주를 좋아하는데, 화두량주는 이와는 정반대인 잡향 없이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