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넘은 트럼프 中 정조준…시진핑 생일날 관세폭탄 터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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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6-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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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회담 마무리, 미중 무역협상에 주력

  • 中 추가 양보 없으면 양국 전면전 불가피

  • 15일 관세부과 품목 확정 여부 이목 집중

[그래픽=아주경제DB]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산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중국과의 무역협상으로 향한다.

중국이 미국 측에 대중 압박 자제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상황인 만큼 양국 간 무역전쟁의 확전 여부는 트럼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생일이자 미국이 2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제품 품목을 확정 발표하기로 한 오는 15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미 회담 성공적 개최, 약일까 독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문제에서 성과를 거둔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당면 과제인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중국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미·중 갈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대북 경제지원을 추진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대중 압박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북·미 양측의 약속 이행을 도울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보증인 겸 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북한 체제 보장의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중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 위의 말처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어차피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며 "경제지원 등을 통해 붙잡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중국이 지원에 나서려 해도 대북 제재 완화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게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제2의 'ZTE 사태' 감당할 수 있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낮고, 광활한 내수시장을 갖춘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감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ZTE 사태'를 거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중국 2위, 세계 4위의 통신장비 업체인 ZTE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하는 제재에 나서자 중국은 서둘러 미국으로 날아가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조건으로 관세 부과 보류와 ZTE 관련 제재 해제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ZTE는 벌금 10억 달러와 경영진 교체, 미국인으로 구성된 준법팀 운영 등 굴욕적인 조건을 수용했다.

경제체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중국 입장에서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관련 제재는 가장 약한 고리다.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IT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하며 재차 도발하자 베이징에서 3차 무역협상이 열렸지만 결국 결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700억 달러 농산물·에너지 수입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지 않는 한 미국은 예정대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중국 소식통은 "양측 실무팀이 물밑 교섭 중이라는 얘기가 돈다"며 "미국이 관세 부과 품목을 발표하기로 한 15일 전후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14일과 15일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생일이다. 미·중 조율 작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자칫 시 주석의 생일날 500억 달러짜리 관세폭탄이 날아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中, 끝없는 양보 경계…최종 선택은?

시 주석은 지난 10일 상하이협력기구(SCO)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 각국은 공동의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어떤 국가도 홀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자기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 노선을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SCO 회원국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SCO 8개 회원국은 "국제무역 관계의 분단은 물론 어떠한 형식의 보호무역주의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시 주석은 "각국이 단결하고 평화롭게 협력하며 평등하게 대우해야 지속적인 안정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언급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미·중 갈등 해소를 주문했다.

중국은 대미 협상 과정에서 큰 폭의 양보를 할 경우 미국의 끝없는 요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미 수입액 등을 명시화하자는 미국의 요청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의 대중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인 만큼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이 외교·안보·경제 등 분야에서 전방위로 중국 견제에 나선 형국"이라며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의 갈등이다 보니 중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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