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인 '5·24 제재' 해제 검토 관련 발언이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의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국의 대북제재 해제 검토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한국 정부는)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강도 높은 현행 대북제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동맹국에도 대북제재 관련 협조를 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경제 성장 잠재력을 거론하면서 "대북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를 단행한다면 어느 정도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한 것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갖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기존의 '선(先) 비핵화'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5·24 조치와 관련, "관계 부처와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가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본격적인 검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 일어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같은 해 5월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다. 남북 교역 중단, 대북 신규 투자 제재, 개성공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방북 불허 등이 골자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치르는 11월 6일 이후 개최될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미국과 북한은 회담 세부 내용을 조율할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라인의 실무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공동성명 채택에 그쳤던 6월 1차 정상회담과 달리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지만 기존 '선 비핵화'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을 위해 최대 압박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미 간 대북제재 공조에 차질이 생기면 기존 대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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