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규제 적용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롯데그룹이 금융사 매각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재벌 규제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27일 롯데그룹은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지분 93.8%를 2년(기한 연장 시 4년) 이내 매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공정거래법상 지분 처분 의무가 없는 롯데손보마저 외부 매각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롯데손보마저 매각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잇다.
현재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이 해당된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중 롯데캐피탈만 남을 경우 여신업권에서만 사업을 영위한다는 판정을 받게 돼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물론 카드와 손보를 매각한다 하더라도 롯데오토리스 등 롯데그룹이 보유한 소규모 금융계열사가 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자본이 1000억원 안팎의 소규모 회사라 금융그룹 통합감독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렇게 되면 롯데그룹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으로 선정됐다 제외되는 첫 사례가 된다. 올해 중순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생명(현 푸본현대생명)을 외부에 매각하면서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심을 받았으나 현대카드(여수신)와 현대차증권(금융투자)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제외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카드와 손보를 외부에 매각하게 되면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서 제외될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다만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앞으로의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업권별 규제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금융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합감독의 대상인 금융그룹은 개별 금융사 차원의 필요자본 외에도 그룹 리스크를 감안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융그룹의 통합 자본적정성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전반에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최근 논의되는 내용은 기업집단의 대외 평판 위험을 감시·통제하고 지배구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적용 대상인 금융그룹에서도 자본적정성 지표보다 부수적인 지배구조와 관련된 대처에 더 신경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적용 대상인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솔직히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롯데가 금융그룹 규제 때문에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지는 않겠지만, 결과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익이 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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