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죽음과 세금 빼고는." 미국 건국 주역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연말정산 시즌의 막이 올랐다. 1800만 명의 근로자들이 '13월의 보너스냐, 세금 폭탄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중간항'은 없다. '받는 자'와 '토해내는 자'만 있을 뿐이다. 죽음 앞에서 저항이 거세듯이, 세금도 때때로 조세저항에 직면한다. 거위의 깃털을 뽑는 수준이 아닌 '목을 조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정권은 하나같이 '지지율과 세금의 함수관계'에 갇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이른바 '세금의 정치학' 틀 밖에 있지 않다. 집권 3년 차 증후군이 꿈틀하는 상황에서 이 파고를 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연말정산이 끝나면, 4월 국민건강보험료 정산 시즌이 도래한다. 이어 취득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도 기다린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핀셋 증세'를 골자로 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상향 조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朴 전 대통령, 연말정산 후폭풍에 집권 3년차 지지율 29%
연말정산 정국의 유탄을 맞은 대표적 정부는 '박근혜 정권'이다. 정부 출범 이후 중고소득자의 의료비와 교육비 등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13월의 월급은 없다'는 세금 폭탄 프레임이 즉각 발동했다. '직장인 유리지갑 털기' 논란이 정권을 옭아맨 이유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015년 1월 27∼29일까지 사흘간 자체 조사해 같은 달 30일 발표한 1월 4주 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추락했다. 집권 3년 차 초반 '레임덕 지지선'인 30%가 무너진 셈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한 달간 '40%→45%→30%→29%'로 11%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51%→55%→60%→63%'로 14%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당·정은 연말정산 중 △다자녀 가정의 공제 축소 △출산 공제 폐지 △독신자의 세 부담 증가 등의 3개 항목의 소급적용을 하겠다고 공언, 되레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신자의 세 부담 증가 논란은 '싱글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앞서 '담뱃세 인상'으로 세금 폭탄 부메랑을 맞은 박근혜 정권이 연말정산 정국으로 또 한 번의 증세 유탄을 맞은 것이다. 이는 '법인세 감세' 조치와 맞물려 '부자 vs 서민'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한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MB '죄악세·싱글세' 논란…盧정권 '종부세'에 휘청
이명박(MB)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법인세 인하' 등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정권 출범 직후 발발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국면전환용 성격이 강했다. 야권은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맞섰다.
집권 2년 차 때 추진한 에어컨과 냉장고, 텔레비전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정책은 '신혼세', 술과 담배에 부과하려던 세금은 '죄악세' 논란을 각각 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0년 6월 2일에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내줬다.
민주정부 2기였던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 프레임'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실상 레임덕의 길로 접어들었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진국 조세행정 명분에도 불구하고 세금 폭탄 프레임은 정권을 뒤흔들었다. 판교신도시 등 부동산 공급정책은 '버블 세븐'(거품 가격이 형성된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등의 7개 지역)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듬해인 2006년 5월31일 치른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판박이인 종부세를 추진한 문재인 정부도 정국 상황에 따라 세금 폭탄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5∼17일까지 사흘간 자체 조사한 1월 3주 차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포인트 낮은 47%였다. 부정평가는 44%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포인트에 불과했다.
한편 '한국갤럽'의 1월 3주 차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의 인터뷰를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의 2015년 1월 4주 차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방식과 표본오차는 1월 3주 차와 동일하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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