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월'이 돌아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올해 첫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연준은 29일부터 이틀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2.25~2.50%인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FOMC 성명에서 '점진적 추가 금리인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면서 통화완화(경기부양)적 입장으로의 과감한 선회 의지를 나타냈다.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면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 계획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의 근거가 약화했다고 발언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이상적 수준인 '중립금리' 범위 안에 있다는 진단 아래 추가 금리인상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유자산 축소 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끝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12월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매입한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MBS)을 계속 안고 가겠다는 의미가 된다.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이터와 가진 회견에서 "불안정한 주식시장이 파월 의장을 겁먹게 했다"면서 "그는 시장에 굴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증시는 커다란 변동성을 보이면서 연준을 압박했다. 지난해 10월 현재 금리수준은 중립금리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다는 파월 의장 발언에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발언을 뜻하는 '파월풋'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도 파월 의장에게는 부담이 됐다. 트럼프는 증시 하락을 연준 탓으로 돌리면서 연준이 "미쳤다"며, 연준은 미국 경제의 최대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고려는 연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30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고려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을 위해서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고 우리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항상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것이고, 우리 일에 결코 정치적 고려를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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