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 비타민이 없다면 서서히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에 있어 내부통제는 비타민으로 정의할 수 있다.”
KB금융그룹 내 최초 여성 준법감시인인 조순옥 KB국민은행 상무는 지난 9일 아주경제와 만나 준법감시 업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문제들이 누적되고, 결국 조직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은행은 고객의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내부통제가 각 부분에서 세밀하게 작동중”이라며 “만일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리의식 뒷받침 돼야 고객 신뢰 얻을 수 있어
그는 이 중에서 ‘윤리의식’을 가장 중요시 한다. 윤리의식이 뒷받침 돼야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할 수 있고, 이 같은 내부통제기준을 잘 준수하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조 상무는 “고객으로부터 얻는 신뢰가 비로소 은행의 지속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며 “이 부분을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법감시인으로서 우선시 해야 할 또 다른 하나로 '대화'를 꼽는다. 새내기 은행원들의 사소한 실수부터 전문분야까지 다양한 문제들과 고민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전국의 지역영업 그룹을 방문해 지점장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원들을 만날 때에는 주로 준법감시인 자격으로서 내부통제 및 윤리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현장 경험을 오래 한 만큼 현장에서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면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특히 영업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나 불편사항 개선을 위한 이야기들을 직원들과 많이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법감시도 디지털 환경에 발 맞춰야
디지털 전환이 전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조 상무는 준법감시 또한 디지털 환경 변화에 걸맞은 시스템 개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에 의한 점검방식에서 시스템에 의한 점검방식으로의 변경, 고객과 직원 중심의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비대면 채널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에도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개선·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시도에 대해서도 “굉장히 고무적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규제가 핀테크 활성화를 막고 있고,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런 부분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ICT) 기술력을 확보한 유리한 상황에 있지만 핀테크 산업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오히려 중국이나 동남아국가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포지티브 규제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금융규제가 핀테크 산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는 “최근 금융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핀테크 및 빅데이터 활용의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이와 관련한 규제들이 우선적으로 완화돼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은행들이 국내를 넘어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규제개혁뿐만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관행적으로 통제받고 있는 소위 그림자 규제들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과감한 폐지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