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업황 악화가 최근 개선세로 돌아선 상태이고, 하반기에는 더욱 두드러진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환율과 유가 등 외부적인 요인은 변수로 지목된다.
23일 재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24일 발표한다.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보면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차·조선업체들은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달 초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가장 먼저 성적표를 내놓은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4%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향후 다시 우상향의 영업이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6조4977억원, 3분기 8조4466억원, 4분기 8조913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양사의 주력 부문인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 가격이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낸드 주요 제품인 MLC 64Gb, 256Gb의 지난주(16일) 현물가격은 각각 2.5달러, 8.68달러로 전주 대비 5.9%, 3.5% 올랐다. 3월 저점과 비교하면 각각 6.1%, 5.7%나 뛴 것이다.
D램의 주요 제품인 DDR4 8Gb, 4Gb의 지난주 현물가격은 각각 2.22달러, 4.19달러로 전주 대비 4%, 2.3% 하락했다. 하지만 주요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어 향후 낸드플래시와 마찬가지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3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지난달 D램과 낸드 모두 생산량을 5% 줄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맏형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원' 재가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차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5%, 13.0% 증가한 23조2373억원, 7702억원이다. 직전 분기(5010억원) 대비로는 무려 52.5%나 상승했다.
팰리세이드 등 SUV 라인업이 확대가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팰리세이드의 경우 지난 4개월간 2만대가량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밀린 계약 대수만 3만여 대에 이른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 'GV80' 등도 하반기 신차 라인업에 가세해 현대차의 실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진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현대차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며 "실적 개선은 갈수록 뚜렷해져 2분기에는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올해 1분기 저점을 찍고 2분기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3사 가운데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만 유일하게 95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같은 기간 각각 25억원, 340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17~2018년 수주한 선박들이 올해 하반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선 3사의 수주실적은 268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한 대형 수주가 잇따르고 있어 장기적인 전망도 좋은 상황이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산업의 실적이 최근 바닥권을 찍고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환율과 유가 등 외부적 요인까지 받쳐준다면 하반기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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