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후오비코리아 엘레나 강 전략기획실 실장 "암호화폐업계, 정부 관심·규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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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9-05-0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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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오비코리아 제공]

"어느 사업군에서 규제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이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만큼 현재 암호화폐업계는 정부의 관심과 규제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후오비코리아의 엘레나 강 전략기획실 실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후오비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규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오히려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할 뿐"이라며 "합법적 비즈니스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2017년 9월 ICO(암호화폐공개)를 전면 금지한 이후 암호화폐와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실상 '무법 상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레나 강 실장은 "규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모두가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건강한 투자환경이 조성돼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도 줄일 수 있다"며 "법망을 벗어난 이들 탓에 개인 투자자들이나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이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벤처인증에서 제외된 것을 보더라도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기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합의 알고리즘이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를 분리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확장 가능성을 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암호화폐를 별도로 규제하지 않거나 오히려 지원을 아끼지 않는 스위스, 싱가포르 등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강 실장은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많은 세금을 감수하고 해외로 떠나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봤다. 기업은 국외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게 쉽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인적·물적 인프라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사실은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여전히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꼽히는 암호화폐 거래국이며, 'IT 강국'이라는 인식도 여전히 명확하다.

다만, 이들이 한국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 역시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불명확한 규제 때문이다.

강 실장은 "후오비그룹의 첫 해외법인이 후오비코리아일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며 "한때 국내 거래소가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기도 하고 암호화폐 및 경제 저명인사들이 국내 블록체인 관련 포럼에 성지순례하듯 방문한 것만 보더라도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해외처럼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만들어준다면 한국에 있는 국내외 블록체인 기업들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고 자신했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 계약인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증권성 테스트(Howey test)'를 도입해 합법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금융청에서 발급받은 거래소 라이선스만 있다면 운영이 가능하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막고 있지만 블록체인 특허 건수가 전세계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정부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블록체인의 '퍼스트 무버'(선구자, first mover) 자리를 놓친 상황에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fast follower)까지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블록체인을 선도하기는커녕 따라잡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시장 경쟁력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합법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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