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BTS와 공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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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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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필자는 매주 화요일 아침 9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로 강의를 하러 떠난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화상으로 강의를 한다. 강의 내용은 한국의 정치와 경제. 약 30명의 브라질 대학생들이 현지시간 밤 9시에 귀를 종긋 세우고 총총한 눈빛으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약 2시간 경청하고 토론한다. 외교부 산하 국제교류재단 (Korea Foundation)이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e school의 한 과정이다. 10여년 이상 지속된 프로그램으로 그간 다수의 한국 대학교가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수 천개의 강좌를 제공해 왔다. 이들 외국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대단하다. 얼마 전 강의 때 한 브라질 여학생이 자랑스럽게 밝힌다. 몇 시간 줄을 서서 상파울로에서 개최될 BTS의 월드 투어 콘서트 표를 구했다는 것이다.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즐거워한다.

BTS와 K-pop으로 상징되는 한류는 이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려는 공공외교에 큰 주춧돌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외교란 문자 그대로 외국 정부가 아니라 공공, 혹은 공중을 대상으로 펼치는 외교 활동을 말하고 소프트 파워를 중시하는 오늘날 국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되었다. 그 개념도 많이 발전하여 외교를 행하는 주체도 이제는 정부 뿐 아니라 시민단체, 기업, 일반인 등 민간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필자도 하나의 민간 외교관으로서 외국의 학생들에게 한국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여 장차 이들이 자국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한국에 우호적인 인사가 되어 한국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K-pop 이나 K-drama를 통해 한국 문화에 매료된 외국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한국의 친구로 남게 만드느냐 하는 것은 한류의 인기를 확산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BTS를 사랑하는 지구촌의 많은 팬들은 10대나 20대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지금은 열광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다른 음악, 혹은 댜른 대중 문화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자연히 식어 들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계속적으로 붙잡아 둘 수 있을까? 공공외교가 답이다. K-pop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다음 단계로 한국 언어를 배워 한국 사회와 문화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결국은 친한 인사가 되는 과정을 공공외교가 주도할 수 있다. 사실 외교부와 국제교류재단이 추구하는 공공외교의 방향이 이것이다. 3년 전 공공외교법이 통과된 후 작성된 한국 공공외교 기본 계획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문화가 1단계, 한국에 대한 지식이 2단계, 한국에 대한 정책이 3단계이다.

이러한 공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필자도 주변에서 목격한다. 필자가 재직하는 국제관계대학원에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이 한국까지 유학을 와서 공부를 하게 된 첫 계기는 대부분 한국 문화이다. K-pop이나 K-drama를 즐기다가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유학을 결심했다. 한국에 와서는 한국을 배울 뿐 아니라 한국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어떤 경우는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기도 한다. 이들이 본국에 귀국하면 그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자연스럽게 한국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태도와 행위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교류재단이 한국의 대학교와 협업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e school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의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가 가능하다. 간혹 대상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미비해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필자는 그간 세네갈, 베트남, 이라크, 브라질 등 주로 개발 도상국을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해 왔는데 점차 기술적으로 문제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수 수강생은 한국으로 초청되어 약 1달간 한국 대학교에서 여름 캠프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 기회를 얻기 위해 모두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다.

한 가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들이 한국으로 유학 온 이후에 때로는 인종 차별을 겪게 되는 점이다. 특히 개발 도상국에서 온 학생의 경우 이들에게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 있어 미국의 경험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미국 정부는 수 십년 동안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풀브라이트 등 다양한 해외 인사 초청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특히 아프리카 등 제 3 세계 젊은이들을 많이 초청해 유학 기회를 제공했는데 미국 사회의 흑인 차별을 목격한 많은 이들이 귀국 후 반미 인사가 되었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에게 지금은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 앞서 밝힌 대로 공공외교법이 통과되어 기본 정책 방향이 수립되었고 국제교류재단을 공공외교 수행 기관으로 지정하여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K-pop과 K-drama에 빠져있는 수백만 혹은 수천만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는 것이다. 약간의 자극과 기회만 제공하면 이들은 순식간의 한국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로 명명된 BTS의 이번 월드 투어 콘서트는 미국, 브라질,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약 50 만명의 팬을 끌어 모을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미국 LA의 첫 공연에서는 6만 명의 젊은이들이 로즈볼 스타디움을 꽉 메우고 열광했다. ARMY라고 불리우는 BTS팬들은 불과 몇 시간 만에 티켓을 매진시켰다. 역사 상 한국에 관해 지구촌이 이렇게 열광한 때가 또 있었는가? 이러한 비옥한 토양 위에 공공외교의 씨앗을 뿌려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로즈볼 스타디움 BTS 공식상품 판매점 앞 행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4일 오후(현지시간)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로즈볼 스타디움 BTS 공식상품 판매점 앞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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