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를 찔렀다. 때때로 아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26개 국책연구기관의 컨트롤타워인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본 한국 경제의 현주소가 그랬다. 한국 경제를 옥죄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D(Deflation·물가 상승률이 0%를 밑도는 현상)'의 공포에 대한 깊은 고뇌를 드러냈다.
성 이사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 '헤이세이 대불황' 터널에 진입한 일본은 버블(거품) 경제가 본격적으로 꺼지면서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었다.
한국 경제도 갈림길에 섰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무역 갈등, 한·일 경제 전쟁 등 대외적 악재는 산적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한국 사회를 덮쳤다. 저출산·고령화 등이 총수요를 끌어내려 디플레이션의 빗장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상 초유의 'D 공포'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소비·투자 축소→고용 감소→내수 부진' 등의 도돌이표에 갇힌다.
성 이사장은 R의 공포 등을 이유로 '증세 속도 조절론'을 폈다. 그는 "자칫 경제를 더욱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하르츠 개혁'인 노동개혁을 비롯한 공공개혁 등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도 "단임제 하에서 임기 중반 이후 대규모 구조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데이터 경제 등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미래예측 시뮬레이션'을 갖추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개혁과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성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외교센터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성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韓 저출산, 日보다 가팔라··· 대붕괴 경험할 수도"
-지난해 2월 12일 취임 이후 1년 8개월째 국책연구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 등 소회를 말해달라.
"개별 국책연구기관이 모든 연구를 다 할 수는 없다. 지난 4월 국책연구기관의 협동 플랫폼인 6대 위원회와 5대 연구단을 출범시킨 이유다. 불평등과 사회 갈등 등 융·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취임 당시 7가지 위기 구조와 징후를 주장했다. 3대 거시적 위기 구조(사회소멸, 민족소멸, 세계소멸)와 4대 민생문제(불평등과 국민 대중의 고통 심화, 기술발전과 고용 위기, 경제적 불안정의 장기화,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 문제)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가.
"출산율 저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산 출산율은 0.98명이다.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 사망자 수는 29만8900명이다. 내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이뤄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인구 팽창기에 만들었던 주택이나 학교, 행정 시스템, 연금 등 모든 것이 위축된다. 대한민국이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던 대붕괴를 겪을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위기인가.
"초기 단계의 디플레이션 징후다. 일본도 인구 감소 이외에 경제 위축, 수출 감소, 소득분배 악화 등이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오지 않았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들어 양적완화, 엔저, 수출 관광 등을 썼지만 약효가 다 됐다. 우리는 일본보다 저출산 속도가 더 가파르다."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총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느 도시의 부동산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 일본도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고속도로와 공항 등 대규모 사회간접투자(SOC)를 진행했다. 엄청난 폭발물을 등에 지고 있던 것이다."
◆"지금은 경제 수축 시기··· 증세 효과 의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일본과 다른 경로로 갈 것인가, 그렇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투자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제라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평생교육, 노인돌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복지와 혁신성장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보장체계가 뒷받침돼야 혁신성장을 꾀할 수 있다."
-G2 무역전쟁과 더불어 일본발(發) 경제 보복 등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산화 추진 정책은 긍정적으로 보나.
"방향은 잘 잡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산·세제 등을 총력 지원하고 있지 않나. 다만 걱정할 것도 있다.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일본의 편도 아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국민이 수용 가능한 최대치를 찾아서 일괄 타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한·일 경제 전쟁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어부지리를 얻는 부분도 있고 손해를 보는 점도 있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일부에선 경제 침체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지목한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이다.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2735만8000명으로 1년 전 대비 45만2000명 늘었다. 월별 증가 폭은 2년 5개월, 8월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다. 다만 여전히 금융 소득, 임대 소득 등에서 파생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혁신적 포용국가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추상적 개념으로 들리는데,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개념인가.
"포용이라는 것은 배제와 반대 개념이다. 정부를 구성할 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면 포용국가다. 해방 후 민주적 헌법을 도입하면서 정치적 측면의 포용 국가는 일찍이 수립됐다. 문제는 경제적 측면이다. 분배 문제부터 빈부 격차,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의 포용성은 낮다."
-결국 증세 문제를 넘어야 한다. 국민적 조세 저항 문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증세는 어려운 문제다. 조세 저항도 변수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다. 인구도 늘고 경제도 팽창하는 국면이면 증세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축소하는 시기다. 인구 절벽부터 소비 절벽 등의 시기로 접어든 것 같다."
-증세 문제는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인가.
"경제 전반이 수축되는 시기에 자칫 경기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탄소세(carbon tax) 등 새로운 세금 영역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미국은 최상위 0.1%가 부유세를 더 내겠다고 하지 않나."
◆"이제는 데이터경제 시대··· AI 인재 육성하자"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최근 여러 논의를 보면, 데이터 경제 시대로 가고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검색도 전부 데이터화하지 않았나. 일각에선 '데이터 tax(세금)'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면에선 이 같은 데이터는 이미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책기관이 데이터를 발굴·공유·분석하면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도 AI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한국 경제가 '수출·내수 부진→소비 하락→기업 투자 위축' 등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정책 부재를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부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부처마다 산업정책이 다 있다. 교과서적인 산업정책은 경제개발 초기 단계 때나 필요했다.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정부 주도의 SOC, 경공업·중공업 계획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 육성이 중요하다. 과거 산업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책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AI를 비롯해 데이터 전문가, 자동제어 등 스마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전통적 제조업에서 혁신경제로 가는 분기점에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우리 경제가 갈 길은 디지털·스마트 경제다. 다만 전통적 제조업에서 혁신경제로 가는 과정의 속도가 매우 더디다. 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 포용국가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노동개혁 등을 추진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통령 단임제하에선 (임기) 중반 이후 큰 개혁을 하기는 어렵다. 큰 규모의 구조개혁은 쉽지 않다. 때문에 2030세대 등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AI 인재를 비롯해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인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중소기업 연금제 도입을 주장한다. 생산적 토론이 필요하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1954년 10월 2일, 경남 진주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2003∼2007)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실장(2007∼2008)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2008∼2009) △한림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2010)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2017)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18∼현재)
성 이사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 '헤이세이 대불황' 터널에 진입한 일본은 버블(거품) 경제가 본격적으로 꺼지면서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었다.
한국 경제도 갈림길에 섰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무역 갈등, 한·일 경제 전쟁 등 대외적 악재는 산적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한국 사회를 덮쳤다. 저출산·고령화 등이 총수요를 끌어내려 디플레이션의 빗장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상 초유의 'D 공포'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소비·투자 축소→고용 감소→내수 부진' 등의 도돌이표에 갇힌다.
성 이사장은 R의 공포 등을 이유로 '증세 속도 조절론'을 폈다. 그는 "자칫 경제를 더욱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하르츠 개혁'인 노동개혁을 비롯한 공공개혁 등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도 "단임제 하에서 임기 중반 이후 대규모 구조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韓 저출산, 日보다 가팔라··· 대붕괴 경험할 수도"
-지난해 2월 12일 취임 이후 1년 8개월째 국책연구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 등 소회를 말해달라.
"개별 국책연구기관이 모든 연구를 다 할 수는 없다. 지난 4월 국책연구기관의 협동 플랫폼인 6대 위원회와 5대 연구단을 출범시킨 이유다. 불평등과 사회 갈등 등 융·복합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취임 당시 7가지 위기 구조와 징후를 주장했다. 3대 거시적 위기 구조(사회소멸, 민족소멸, 세계소멸)와 4대 민생문제(불평등과 국민 대중의 고통 심화, 기술발전과 고용 위기, 경제적 불안정의 장기화,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 문제)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가.
"출산율 저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산 출산율은 0.98명이다. 출생아 수는 32만6900명, 사망자 수는 29만8900명이다. 내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이뤄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인구 팽창기에 만들었던 주택이나 학교, 행정 시스템, 연금 등 모든 것이 위축된다. 대한민국이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던 대붕괴를 겪을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위기인가.
"초기 단계의 디플레이션 징후다. 일본도 인구 감소 이외에 경제 위축, 수출 감소, 소득분배 악화 등이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오지 않았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 들어 양적완화, 엔저, 수출 관광 등을 썼지만 약효가 다 됐다. 우리는 일본보다 저출산 속도가 더 가파르다."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총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느 도시의 부동산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 일본도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고속도로와 공항 등 대규모 사회간접투자(SOC)를 진행했다. 엄청난 폭발물을 등에 지고 있던 것이다."
◆"지금은 경제 수축 시기··· 증세 효과 의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일본과 다른 경로로 갈 것인가, 그렇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투자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제라도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평생교육, 노인돌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복지와 혁신성장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사회보장체계가 뒷받침돼야 혁신성장을 꾀할 수 있다."
-G2 무역전쟁과 더불어 일본발(發) 경제 보복 등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산화 추진 정책은 긍정적으로 보나.
"방향은 잘 잡았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산·세제 등을 총력 지원하고 있지 않나. 다만 걱정할 것도 있다.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일본의 편도 아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국민이 수용 가능한 최대치를 찾아서 일괄 타결해야 한다.
-일각에선 한·일 경제 전쟁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어부지리를 얻는 부분도 있고 손해를 보는 점도 있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모두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일부에선 경제 침체 원인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지목한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이다.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2735만8000명으로 1년 전 대비 45만2000명 늘었다. 월별 증가 폭은 2년 5개월, 8월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다. 다만 여전히 금융 소득, 임대 소득 등에서 파생하는 부의 불평등 문제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혁신적 포용국가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추상적 개념으로 들리는데,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개념인가.
"포용이라는 것은 배제와 반대 개념이다. 정부를 구성할 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면 포용국가다. 해방 후 민주적 헌법을 도입하면서 정치적 측면의 포용 국가는 일찍이 수립됐다. 문제는 경제적 측면이다. 분배 문제부터 빈부 격차,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의 포용성은 낮다."
-결국 증세 문제를 넘어야 한다. 국민적 조세 저항 문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증세는 어려운 문제다. 조세 저항도 변수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다. 인구도 늘고 경제도 팽창하는 국면이면 증세를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축소하는 시기다. 인구 절벽부터 소비 절벽 등의 시기로 접어든 것 같다."
-증세 문제는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는 것인가.
"경제 전반이 수축되는 시기에 자칫 경기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탄소세(carbon tax) 등 새로운 세금 영역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미국은 최상위 0.1%가 부유세를 더 내겠다고 하지 않나."
◆"이제는 데이터경제 시대··· AI 인재 육성하자"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최근 여러 논의를 보면, 데이터 경제 시대로 가고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검색도 전부 데이터화하지 않았나. 일각에선 '데이터 tax(세금)'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면에선 이 같은 데이터는 이미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다. 국책기관이 데이터를 발굴·공유·분석하면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도 AI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한국 경제가 '수출·내수 부진→소비 하락→기업 투자 위축' 등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정책 부재를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부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부처마다 산업정책이 다 있다. 교과서적인 산업정책은 경제개발 초기 단계 때나 필요했다.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정부 주도의 SOC, 경공업·중공업 계획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 육성이 중요하다. 과거 산업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책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AI를 비롯해 데이터 전문가, 자동제어 등 스마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전통적 제조업에서 혁신경제로 가는 분기점에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우리 경제가 갈 길은 디지털·스마트 경제다. 다만 전통적 제조업에서 혁신경제로 가는 과정의 속도가 매우 더디다. 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 포용국가가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노동개혁 등을 추진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통령 단임제하에선 (임기) 중반 이후 큰 개혁을 하기는 어렵다. 큰 규모의 구조개혁은 쉽지 않다. 때문에 2030세대 등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AI 인재를 비롯해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인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중소기업 연금제 도입을 주장한다. 생산적 토론이 필요하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1954년 10월 2일, 경남 진주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2003∼2007)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실장(2007∼2008)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2008∼2009) △한림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2010)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2017)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1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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