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출장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 포인트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 조사국이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미·중 간 관세부과 등으로 한국의 수출이 감소한 것을 따진 무역 경로를 통한 하락 효과가 0.2% 포인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됨에 따른 영향이 0.2% 포인트로 추정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0% 포인트, 미국은 0.3% 포인트, 유로 지역은 0.2% 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올해 성장률은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IMF와 OECD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0%, 2.1%다.
정부는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지만,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같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뚜렷이 강해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에서는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개인 달러화 예금 잔액은 13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4억8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2012년 6월 통계 공표 이후 최대 잔액이다.
9월 평균 원·달러 환율(1197.55원)을 적용하면 한 달 새 약 5750억원이 불어났다. 개인 달러화 예금은 지난 4월 말 112억9000만 달러를 바닥으로 매달 불어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고액 자산가 등 개인들이 달러화를 사들였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과 반도체 등 국내 경기 회복 전망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되고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세계 각국과 한국의 추가금리 인하 등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전망을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고 안전자산에 선호 심리는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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