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조직이 바라는 인재상이 담겨 있는 말이다. 주변에 두루뭉술한 지시만 내려도 척척 알아서 해결해 내는 인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 것인가?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후일담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일이 다 끝난 후에만 비로소 ‘열을 안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 것’인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모래알만큼 많은 선택지를 던져놓고 누군가 정답을 맞히는 요행을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열을 아는 인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원들을 인재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가르침과 배움, 지시와 실행의 경계를 허무는 상호학습으로 인재를 만들어 가는 슬기로운 혁신 생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행정안전부는 그 첫 도전 과제를 ‘세대’에서 찾았다.
지난 10월 행안부 직원 역량교육에서 건국대 이종필 교수는 “IoT처럼 사물에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인간의 지능에 무관심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지능은 개인의 지능이라기보다 연결된 지능, 곧 집단지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세대 간 양방향 학습이 인류의 지성을 연마하고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집단지성의 중추적 시냅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는 ‘체인저’라는 혁신모임이 있다. 새내기 열다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만들었는데 천방지축, 좌충우돌이 그들의 미션이라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들쑤시는 것이 그들의 도구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생각을 말하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그들이 숙련된 선배를 흉내 내려 한다면 우리의 공유 자산은 그만큼 줄어들고 인재풀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 아닌가.
민주화로 지금의 구조와 제도를 세운 세대와 IT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공유하는 세대는 서로 가르치고 배울 것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논리와 경험에 갇히기 쉬운 이들과 쏟아지는 정보와 즉각적 반응에 휘둘리기 쉬운 이들이 서로에게 균형추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는 무너져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곧 배우는 사람이고 배우는 사람이 곧 가르치는 사람이다. 하나를 가르쳐 열을 거두려 하지 말고 하나부터 열까지 공유하며 다 함께 탐색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생동하는 미래형 조직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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