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KF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재단의 목표와 관련, “‘미래혁신 공공외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기술력과 문화력이 동시에 뛰어난 선진국, 강대국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 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외교부 산하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KF의 수장에 취임한 이 이사장은 그동안 전임자의 업무를 마무리 짓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세기는 자본주의 시장의 시대로서 시장을 장악하는 나라 또는 인물이 가지는 영향력이 컸지만 21세기의 경우 테크놀로지, 문화, 혁신 등이 중요한 시대”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역량을 보유한 국가가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반대로 해외에서 우리의 과학기술과 콘텐츠를 인정받아서 국내 규제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먼저 외부지원기관 정도라는 재단에 대한 수동적인 인식을 탈피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획력 강화를 통해 재단의 자체 역량을 좀 키울 생각”이라며 “그래야 기관도 발전하고 공공외교의 혁신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올해 초 미래 지향적인 공공외교를 위한 어젠다 설정과 중장기 사업계획 등을 수립하기 위해 미래기획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고, 홍보조직도 분리했다.
그는 ‘KF의 국내 사업들이 일회성 예산 지원에만 그친다’는 지적에 대해 “재단의 예산집행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일본이나 대만처럼 결과를 출판물로 내서 기록으로 보존하고, 학술 포럼이나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서 공개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이사장은 “공공외교는 목적 달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서 “투자(예산) 대비 효과라는 단기간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특히 KF는 내년에 재단 설립 30주년이라는 큰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KF는 1991년 12월에 제정·공포된 한국국제교류재단법에 따라 기존의 한국국제문화협회를 흡수해 설립됐다.
설립 이후 외국과의 각종 교류사업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국제적 우호친선을 증진하는 데 앞장 서 왔다.
이 이사장은 우리의 위상을 널리, 그리고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모임 결성이 필수라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강한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공공외교를 추진하려면 만남의 장(場)이 있어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글로벌 감각, 창의성, 테크놀로지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해외 인재들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KF의 대미 정책 공공외교 사업인 한·미 미래비전 사업 예산이 늘어났다”면서 “한·미미래비전 사업을 더욱 강화시켜 미국 내 ‘한·미 미래센터’라는 대미 사업의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미 미래센터 설립을 통해 의회,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대미 정책 공공외교 활동을 지속 전개해 한·미 간 신뢰를 구축하고, 동시에 차세대 전문가 양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미래 트렌드 등을 반영하는 정책 연구 및 담론의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많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중국·일본 등 어느 한곳 쉬운 양자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이사장은 “공식외교 채널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를 공공외교 차원에서 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현실적인 한계점을 인정했다. 그는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공공외교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라며 “국가 지향 가치나 미래지향적 일반적인 어젠다 등 최대한 더 망가지지 않고, 잘 유지하는 공공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KF는 경색된 한·중, 한·일 관계에도 각각 ‘재한 중국인 100인 대학원생 포럼’, ‘한·일 시민 100인 미래 대화’와 같은 민간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KF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학술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스웨덴에 전담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과학기술도 ‘현지 홍보’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이사장은 “다수의 수상자들을 배출한 일본 도쿄(東京)공대는 스웨덴에 사무소를 만들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논문이나 실적 등을 노벨상 위원회에 꾸준히 알려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학술분야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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