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마 급식 시간이 아닐까. 급식실 한 곳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파주중·세경고는 ‘급식의 레전드’로 꼽힌다. 여느 학교 급식에서 보기 힘든 전복과 문어는 기본이고 랍스터(바닷가재)가 나와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전학을 가고 싶어 할 정도다.
늘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생들이 만족하는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랍스터 급식의 장본인 김민지 영양사. 많은 학생에게 행복한 추억을 남겨주고 학교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와 함께 학생들과 함께한 맛있고 행복한 추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급식 질이 좋아진다고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퀄리티 높은 급식을 만들게 된 이유는 뭔가요?
A. 저는 학창 시절에 별 추억이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분식집이나 햄버거 가게에 가서 식사했던 적이 많아요. 학교 학생들은 학업에 지쳐 있는데 급식실에서만큼은 즐겁게 식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가지 식단을 제공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랍스터 같은 이벤트 식단, 세계 음식 체험의 날, 생일 축하의 날 같이 다양하고 특별한 급식을 제공하다 보니 학생들이 좋아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의 만족도 높은 모습을 보고 다양한 급식을 제공했던 것 같아요.
Q. 맛과 영양을 어떻게 맞추셨나요?
A. 학생들이 나물이나 생선 같은 음식은 선호하지 않아요. 그날 1,000명이 오기로 했으면 800~900명만 오기도 했거든요. 나물 안 먹는 친구들을 위해서 나물이랑 훈제오리를 다져서 ‘나물훈제오리 또띠아 피자‘를 만들거나 생선을 안 먹는 친구들을 위해 바싹하게 튀기고 양념 치킨 소스를 입힌 생선 강정을 만들어서 퓨전으로 제공을 했어요. 그랬더니 기호도가 낮은 식자재들로 조리한 음식들도 맛있게 식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Q. 메뉴를 바꾸자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A. 일반식을 제공하다가 갑자기 랍스터가 나간 건 아니에요. 2013년에는 특식을 한 달에 한 번 제공했는데, 학생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점점 양을 늘려갔어요. 실무사님들께서는 손이 많이 가는 특식을 제공할 때 아무래도 더 많이 애써주시는 편이에요. 파주중, 세경고에 실무사님들 자녀가 다녔었어요. 내 자녀가 먹는다고 생각하고 조리해주셔서 점점 다양한 특식들과 손이 많이 가는 수제 메뉴들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매점에 가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A. 학생들의 급식 출석률이 낮거나 하면 배식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매점부터 들러요. 오늘은 애들이 많이 왔는지, 오늘은 어떤 걸 많이 사 갔는지 물으면서 항상 조사하는 분식집도 있었어요. 학생들이 입에 맞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으면 매점부터 가더라고요. 근데 저희 학교는 항상 만족도가 높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특식이 많아서 매점을 안 갈 것 같다는 오해가 있는데, 특식이 매일 제공되는 게 아니라서 일반식이 제공될 때는 매점에 가기도 해요.
Q.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부담감은 없었나요?
A. 있었어요. 2015년쯤에 인사이트라는 곳에서 저희 급식에 대해 기사를 써주셨어요. 그러면서 너무 많은 분이 관심을 주셨고 당시에 정말 많은 인터뷰들을 했던 것 같아요. 갑자기 화제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도 컸어요. 그리고 저로 인해 전국에 있는 많은 영양사님께 제가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면서 죄송한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Q. 화제가 된 후 사람들에게 어떤 질문들을 많이 받았나요?
A. 레시피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급식비 대비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이 메뉴가 정말 가능한지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았어요. 초창기 때는 열정이 너무 넘쳐서 메시지가 오면 새벽 3~4시까지 답변을 다 드렸거든요. 저희가 제공했던 레시피로 저희 학교 학생들만 만족하는 게 아니라 전국에 있는 학생들도 맛있는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레시피도 공유해 드렸는데 그러다 보니까 너무 많은 문의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만큼은 답변을 못 드리지만, 최대한 답변을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영양사선생님들과 소통을 통해서 레시피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Q.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아무래도 특식이 제공되는 날이나 학생들을 위한 일품요리가 제공되면 선생님들 기호도는 낮은 편이세요. 그래도 학생들이 좋아하니까 선생님들께서도 맛있게 식사해주셨어요. 그런 메뉴가 나갈 때는 주 2~3회 나물무침 같은 걸 자율배식으로 제공하기도 했어요.
Q. 특식이 남았던 적도 있었나요?
A. 남았던 적도 있었는데 일반식보다는 거의 안 남았어요. 시간 내에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남으면 지금 식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추가 배식을 해서 더 먹을 수 있게 했어요. 홍게나 랍스터 같은 경우에는 거의 남은 적이 없어요.
Q. 랍스터 도시락 이상으로 해보고 싶었던 메뉴가 있나요?
A. 많은 메뉴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퇴사했지만, 아직도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레시피가 700개 이상이고 길 가다가 맛있는 게 보이면 아직도 메모해요. 친구들이 이제 영양사 아니지 않냐는 말들을 하는데 직업병이라서 그런지 계속 메모하게 되더라고요. 레시피를 메모하는 다이어리가 있는데 영양사를 하면서 5권 정도 기록했거든요.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소고기 스테이크를 해달라고 했었어요. 근데 퇴사를 하고 그 메뉴를 해주지 못하고 나온 게 마음에 너무 걸려서 아직도 소고기 스테이크만 보면 마음이 안 좋아요.
Q. 퇴사 이후 학교 급식에 대해 소식을 들은 게 있나요?
A. 후임 선생님께서 너무 열정적으로 일해 주셔서 지금도 맛있고 만족도 높은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학생들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Q.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SNS로 많은 분이 관심을 주시고 해서 언젠간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세경고 채용 공고가 올라가면서 이미 소문이 조금씩 나고 있었어요. 퇴사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 오더라고요. 파주 관내 영양사님들께서는 전화도 오고요. 늦추고 늦추다가 퇴사하기 2주일 전에 알렸는데 학생들이 너무 많이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9월 중순까지 근무하기로 했는데 새로운 영양사님께서 채용이 되면서 8월 말에 퇴사하게 됐어요. 코로나로 인해 격일 등교라 3학년만 나오고 있었을 때여서 1, 2학년은 등교하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정이 많이 들었던 학생들이라 저는 9월 중순에 퇴사하니까 1, 2학년 학생들에게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고 퇴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학생들은 SNS를 보고 알게 된 거죠. 파주중과 세경고가 공동조리를 해서 중1부터 고3까지 6년을 넘게 본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놀랐다고 메시지가 왔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니까, 응원하겠다고 한 학생들도 있었거든요. 마지막 인사를 못 했던 상황이라서 인터뷰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주셨는데 너무 슬퍼서 울컥했어요. 학생들도 그걸 보고 너무 슬펐다고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학생들도 있어요.
Q. 고가의 식자재들을 저렴하게 구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랍스터나 홍게 같은 경우 학교 급식에서 일반적인 식자재가 아니어서, 10년 동안 거래했던 수산물 업체 사장님도 랍스터를 납품해본 적은 없다고 하셨어요. 근데 저는 몇 그램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구하는지도 몰랐을 때라 이런 식자재들을 알아보기 위해 수산시장도 가고 이마트나 인터넷 같은 곳들을 찾아서 사장님께 언제 저렴한지 묻고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조사했던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 팁도 주시고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랍스타 단가가 낮은 2~3군데 정도 시장 조사를 한 후 입찰을 통해 제공했어요. 여러 영양사님께서도 문의를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업체를 알려드렸더니 그 학교에서도 랍스터를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랍스터를 제공하게 돼서 너무 뿌듯했어요.
Q. 그 과정에서 돌발상황은 없었나요?
A. 돌발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평상시에는 많은 돌발상황이 일어나지만, 랍스터 같은 경우 단가도 높고 크리스마스 특식이었기 때문에 미리 랍스터를 사서 조리사님과 테스트해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간까지 다 테스트했어요. 그래서 랍스터 메뉴는 성공적으로 제공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일반식의 경우 제육볶음이 나가야 하는데 고추장이랑 양념이 안 들어온 거예요. 배식 시간이 얼마 안 남았고 빨리 조리해야 하는 상황에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휘핑크림과 토마토소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피자 불고기 덮밥으로 나간 적이 있었어요. 학생들이 너무 맛있고 새롭다고 해서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그 메뉴가 베스트 메뉴가 됐어요.
Q. 기억에 남는 학생들이 있었나요?
A. 되게 많은데 그중에서도 스승의 날 카네이션이랑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가지고 온 학생이 있었어요. 거기에 실무사님 성함을 한 분 한 분 적어서 3년 동안 급식 너무 맛있었고, 좋은 추억이 됐다고 편지를 써온 학생이 있었는데 너무 감동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도 그 학생한테 연락이 와서 대학교 가서도 학교 급식이 많이 생각나고 급식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메시지가 왔거든요. 제가 대학교 졸업하고 23살부터 세경고로 가서 7년 차인데 졸업한 학생 중에 아기 엄마도 있어요. 연락이 와서 그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연락이 오는데 그런 메시지 받을 때 정말 고마워요.
Q. 급식이 모자랐던 경우는 없었나요?
A. 아침에 식자재 검수를 해서 학생들이 1,000명이면 1,000개가 맞는지 확인을 해요. 식자재에 이상이 있으면 다른 대체 메뉴로 나가는데 면 같은 경우 손으로 배식을 하다 보니까 면의 양이 너무 많이 나간 거예요. 그래서 50~60명이 넘는 학생들이 면을 못 받아서 급식을 제공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다행히 창고에 소면이 남아서 그걸 빨리 파악하고 바로 잔치국수 면을 삶아서 제공했던 적이 있어요.
Q. 본인이 기획한 급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학생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제 기분이 표정에서 드러난다고 하더라고요. 실무사님들께서 제가 즐겁고 행복하면 표정에서 “오늘 영양사님이 그냥 그랬구나”라고 아신대요. 특식이 나올 때 학생들이 급식실에 오는 발걸음 소리부터 다르거든요. 그러면 저도 덩달아 긍정 에너지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돌아다니면서 맛은 어떤지 물어보면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에요.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Q. 김민지 영양사에게 급식이란?
A. 저한테 급식은 정말 행복이에요. 일을 즐겁게 해서 일하면서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었어요. 야근할 때도 제가 즐거워서 했었거든요. 실무사님께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즐거움에 했거든요.
Q. 학창 시절 급식에 불만이 있었나요?
A. 제 고등학교 때 급식은 매일 똑같은 메뉴들이 나오고 수요일에는 항상 스파게티가 나왔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낮아서 학교 근처에 있는 햄버거집이랑 분식집으로 가서 떡볶이나 김밥, 햄버거를 먹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창들을 만나도 급식실에 대한 추억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나는 건 오로지 스파게티고 영양사 선생님을 뵀던 기억도 없고 소통했던 기억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Q. 동창들은 영양사가 된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던가요?
A. 신기하게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까지도 연락이 닿았어요. SNS 아이디가 공개되면서 SNS로 동창회 하듯이 “이게 너였냐”고 연락이 많이 왔어요. 파주 관내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 친구들이 세경고에 놀러 오기도 했어요.
Q. 집에서는 주로 뭘 드세요?
A.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집에서 조리 테스트를 많이 해봐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집에서 만들어보기도 하고 어떤 게 맛있는지 테스트도 많이 해봤거든요.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식사해보도록 하기도 하고, 집에서는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늦게 퇴근하셨는데 거의 저녁밥은 항상 차려드렸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다이어트 식단을 맛있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근데 제가 손이 너무 커서 형부, 언니, 친구들이나 조리사님께 나눠드리기도 해요.
Q. 직접 만든 것 중에 맛있었던 것과 맛없었던 건 뭔가요?
A. 다이어트를 하면 탄수화물을 많이 못 먹잖아요. 그래서 최근에 컬리플라워와 닭가슴살을 넣고 컬리플라워 볶음밥이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컬리플라워가 브로콜리 같은 건데 잘게 다져서 만들면 볶음밥 같은 식감이 나요. 주변에서도 또 만들어달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맛이 없었던 것보다 만들기 어려웠던 건 삼색 계란찜이었어요. 당근을 다져서 빨간색, 시금치를 다져서 초록색으로 해서 층층이 만드는 건데 친구들한테 들뜬 마음으로 만들어주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요.
Q. 어쩌다가 영양사를 하게 됐나요?
A.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남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고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게 보람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뿌듯하고 행복했거든요. 친구들이 학교에서 식사를 안 하면 저희 집에 와서 밥을 먹었어요. 계란찜과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고 맛있다고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보람을 느끼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식품영양학과에 지원했어요.
Q. 영양사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세요?
A. 행복을 줄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저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밥 한 끼를 제공하는데 학생들이 그 음식을 통해서 정말 많은 행복을 느꼈대요. ‘학생들에게 이렇게 행복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되게 보람을 느꼈어요.
Q. 김민지 영양사의 급식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세요?
A. 먼 훗날 돌이켜봤을 때 급식실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학생들끼리 만났을 때도 “그땐 되게 맛있었지“, ”즐거웠지“ 하면서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탈을 쓰고 이벤트를 하거나 음악을 들려주면서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탈을 쓰고 배식하면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웃으면서 학생들이 급식실에 들어오더라고요. 학생들이 제가 배식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급식실에 어떤 추억들이 담겨있나요?
A. 저는 진짜로 급식실에 가면 표정부터 달라져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급식 얘기를 하면 표정이 밝아지고 많이 행복해요. 실무사님들은 가족 같고 학생들도 동생 같아서 마음이 편해지고요. 그래서 야근도 즐겁게 했었던 것 같아요.
Q. 요즘 급식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A. 편의점 같은 곳에 가면 유행하는 것들이 한눈에 보여요. 마라샹궈가 유행이면 급식에는 마라샹궈 만두나 마라샹궈 불고기가 나오거든요. 트렌드에 민감한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도 랍스터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랍스터를 구하기 힘들었다면 요즘에는 업체에서도 랍스터를 판매하더라고요.
Q. 마라샹궈는 호불호가 갈렸을 것 같은데요?
A. 그건 갈렸어요. 안 좋았던 메뉴를 꼽으라고 하면 마라샹궈가 1위거든요. ‘나혼자산다’에 마라샹궈가 나와서 유행이었을 때 세계 음식 체험의 날에 마라샹궈와 옥수수 콘 피자를 제공하기로 했어요. 너무 기대에 찬 나머지 불고기에 소스만 섞으면 된다는 생각에 중국 마라샹궈 소스를 시켰는데 너무 아리고 알싸하고 온갖 맛이 다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불고기 볶음에 다 넣어버렸어요. 조리하고 나서 맛을 봤을 때는 이미 복구가 안 되더라고요. 고추장을 넣고 덜 자극적으로 제공했는데 거의 80%가 넘는 학생들이 그 메뉴를 버렸어요. 학생들이 저한테 무슨 일이냐고 “다 된 밥에 마라샹궈 뿌리기”라고 말할 정도였고 선생님들도 먹지도 않고 다 버리셨어요.
Q. 영양사님의 노트에는 뭐가 적혀 있나요?
A. 제가 여행 다니면서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적어놔요. 제주도 향토음식의 날이라고 해서 제주도에서 먹었던 고기 국수와 우도 땅콩 쉐이크 레시피를 적어놓고 사진을 찍어서 저장하고요. 남해에 가면 흑마늘 같은 것들을 적어놓고 한 달에 한두 번씩 향토음식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메뉴들은 사진으로 찍어놓는 편이에요. 메뉴명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2020년이 쥐의 해이면 ‘어서오쥐 케이크’라고 적어 놓으면 학생들이 즐거워하더라고요.
Q. 처음 영양사가 됐을 때 마음가짐과 마무리를 할 때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A. 처음에는 대부분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가짐이 있는데 저는 반대였던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세경고에 입사해서 그냥 열심히 해서 학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야겠다는 단순한 마음가짐이었어요. 처음에는 석 달 전에 제공했던 메뉴를 또 제공하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이 메뉴는 너무 똑같아요”라는 의견들을 내더라고요. 저는 그런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점점 급식을 다양하게 제공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90점이 넘는 만족도를 유지했었어요. 처음에는 큰 마음가짐이 없었지만 일하면서 정말 많은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 같아요.
Q. 영양사가 돼서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한 메뉴는 무엇인가요?
A. 대학교 학식이 맛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솥도시락이나 여러 가지 음식들을 시켜 먹었는데 한솥은 치킨마요 덮밥이 시그니처 메뉴였거든요. 그래서 항상 치킨마요 덮밥을 시켜 먹다 보니까 익숙해져 있었어요. 세경고에 가서 처음 새로운 메뉴를 제공했던 게 치킨마요 덮밥이에요. 다행히 학생들이 너무 맛있게 먹었고요.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시그니처 메뉴가 됐던 것 같아요. 어떤 학생이 인터뷰에서 세경고에서 치킨마요라는 걸 처음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얘기를 해줘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대학교 가면 많이 먹을 텐데’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어요(웃음).
Q. 영양사의 일과는 어땠나요?
A. 아침 7시 반에 식자재가 들어오면 오전 식자재를 검수해요. 학생들이 1,100명이 넘기 때문에 9시까지 검수를 한 뒤 9시부터 야채를 다듬어요. 세척하고 조리해서 11시 반부터 1시까지 배식을 하면 1시에 밥을 먹고 2시에 잠깐 서류 업무를 보다가 2시 반에 저녁 재료들이 들어와요. 돈코츠라멘처럼 새로운 메뉴들은 실무사님들도 생소하다 보니까 밖에서 맛을 보기도 하거든요. 시간을 보내다가 4시 반부터 6시까지 저녁 배식을 하고 밥 먹고 청소하면 8시 정도 돼요. 그 후에 서류 업무를 보다가 퇴근을 해요.
Q. 영양사님의 급식을 보고 영양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작은 꿈이라도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실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5~6개월을 낭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은 꿈이라도 있으면 빠르게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고민되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대학교 교수님이나 선후배한테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저도 교수님께서 많은 조언을 주셨었어요.
Q. 요즘에는 어떤 꿈들을 꾸고 계신가요?
A. 음식 관련된 일을 찾고 있어서 요리 관련된 책을 쓰거나 여러 도전을 하고 싶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거든요. 한 분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요리 관련된 업무들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저를 돌이켜 봤을 때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어요. 정말 영양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학생들과 실무사님들을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