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고, 겁나고 또 낯선 기분이에요."
3년이다. 지난 2018년 2월 '미투' 당사자로 지목된 뒤 배우 오달수(52)를 다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고 피해자가 공식 고소 절차를 밟지 않아 내사 종결된 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과 오달수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그는 자신 때문에 영화가 개봉 무산될 뻔한 일에 관해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이웃사촌'은 1985년을 배경으로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오달수는 가택 연금당한 야당 총재 이의식을 연기했다. 그간 관객들이 만났던 유머러스한 모습이 아닌 웃음기를 뺀 진중한 캐릭터. 오달수의 또 다른 면면을 볼 수 있는 역할이다.
"그동안 보여 드린 이미지나 연기적인 관성을 막는 게 사실 힘들었어요. 두 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진지한 무드를 이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코미디는 이웃집에서 도맡아줘 부담은 덜했던 것 같아요."
영화 '7번 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은 평소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오달수에게 진중한 캐릭터를 제안했다. 그것도 1985년 가택 연금을 당한 야당 총재인 이의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을.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읽고 두 번이나 출연을 고사했다.
"이 감독이 막걸릿집에서 '읽어나 보세요' 하고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초고는 (이의식이) 전라도 사투리를 썼는데 사투리보다도 그분의 감성과 철학이 담긴 캐릭터라 부담이 컸어요. 사투리나 연기적으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그분께 누를 끼치는 것이니까요. '제가 연기하지 않더라도 사투리는 바꾸는 게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고쳐오지 않았겠어요. 그렇게까지 해주시니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 감독은 오달수에게도 이러한 진중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상업 영화의 감초 역할로 극의 코미디를 도맡았던 오달수인 만큼, 그의 또 다른 면면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가 87학번인데 우리는 그분의 말씀, 행동하는 양심에 큰 영향을 받은 세대예요. 그 시절 모두 한 번쯤은 거리에 나갔을 테고, 최루가스 냄새를 안 맡아 본 이도 없었을 거예요. 그 시절을 몸으로 느껴왔기 때문에 특별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 시절을 지나온 오달수기 때문에 '미투 사건' 이후 더욱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 자체로도 부담인 데다가 '미투 논란'까지 있었으니 관객들에게 이의식이 어떻게 읽힐지 짐작할 수 없었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존경받던 정치인인 그분을 제가 연기했을 때, 관객들이 저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 (미투) 사건이 얼마나 지나야 지워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요. 그 난리를 쳤는데…. 금방 잊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자연스레 받아들이려고 해요.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오달수는 지난 3년 간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일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그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거제도로 거처를 옮겼다. 텃밭을 가꾸며 생각을 비우는 일에 전념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킨 건 가족이었다.
"가족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저는 저밖에 모르고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거제도에서 생활할 때도 가족들이 곁을 지켜주었어요.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본다면 귀한 시간일 수도 있어요. 단순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을 비운 채 살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할 일들을 하며 지냈죠."
영화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미투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3년이나 개봉이 밀리게 됐다. 이환경 감독 역시 7년 만에 신작을 내놓게 된 셈이다.
"사실 제가 예전처럼 홍보 활동을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웃고 떠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하지만 '이웃사촌'에는 무한책임이 있어요. 용기를 내고 말고 할 게 못 됩니다. 무섭고, 두렵지만 제가 해야 할 몫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연기된 기간만큼 영화를 더 만지고 고치겠다'라며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달수에게 영화 '이웃사촌'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연기적으로도, 동료에게도 '변화'의 계기였다.
"또 다른 연기를 보여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동료나 제작사, 감독님께서도 많이 위로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그 사건을 배제하고 관객들에게는 어떤 영화로 남을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달수는 현장에 대해 애틋함을 드러내며 복귀에 대해 운을 띄웠다. 활동을 중단하고 TV에서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그리움과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죠. 그간 오래 쉬어봐야 1년에 두 달 정도 휴식기를 가졌었는데. 이렇게 긴 시간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아직 대화를 나눌 차원은 아니지만, 현장이 그리웠어요. 다시 배우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3년이다. 지난 2018년 2월 '미투' 당사자로 지목된 뒤 배우 오달수(52)를 다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 말이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고 피해자가 공식 고소 절차를 밟지 않아 내사 종결된 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과 오달수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그는 자신 때문에 영화가 개봉 무산될 뻔한 일에 관해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이웃사촌'은 1985년을 배경으로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오달수는 가택 연금당한 야당 총재 이의식을 연기했다. 그간 관객들이 만났던 유머러스한 모습이 아닌 웃음기를 뺀 진중한 캐릭터. 오달수의 또 다른 면면을 볼 수 있는 역할이다.
영화 '7번 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은 평소 코믹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오달수에게 진중한 캐릭터를 제안했다. 그것도 1985년 가택 연금을 당한 야당 총재인 이의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을.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읽고 두 번이나 출연을 고사했다.
"이 감독이 막걸릿집에서 '읽어나 보세요' 하고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초고는 (이의식이) 전라도 사투리를 썼는데 사투리보다도 그분의 감성과 철학이 담긴 캐릭터라 부담이 컸어요. 사투리나 연기적으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그분께 누를 끼치는 것이니까요. '제가 연기하지 않더라도 사투리는 바꾸는 게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고쳐오지 않았겠어요. 그렇게까지 해주시니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 감독은 오달수에게도 이러한 진중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평소 상업 영화의 감초 역할로 극의 코미디를 도맡았던 오달수인 만큼, 그의 또 다른 면면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가 87학번인데 우리는 그분의 말씀, 행동하는 양심에 큰 영향을 받은 세대예요. 그 시절 모두 한 번쯤은 거리에 나갔을 테고, 최루가스 냄새를 안 맡아 본 이도 없었을 거예요. 그 시절을 몸으로 느껴왔기 때문에 특별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 시절을 지나온 오달수기 때문에 '미투 사건' 이후 더욱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 자체로도 부담인 데다가 '미투 논란'까지 있었으니 관객들에게 이의식이 어떻게 읽힐지 짐작할 수 없었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존경받던 정치인인 그분을 제가 연기했을 때, 관객들이 저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 (미투) 사건이 얼마나 지나야 지워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요. 그 난리를 쳤는데…. 금방 잊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자연스레 받아들이려고 해요.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오달수는 지난 3년 간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일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그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거제도로 거처를 옮겼다. 텃밭을 가꾸며 생각을 비우는 일에 전념했을 때도 그의 곁을 지킨 건 가족이었다.
"가족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저는 저밖에 모르고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거제도에서 생활할 때도 가족들이 곁을 지켜주었어요.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본다면 귀한 시간일 수도 있어요. 단순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을 비운 채 살아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할 일들을 하며 지냈죠."
영화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미투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3년이나 개봉이 밀리게 됐다. 이환경 감독 역시 7년 만에 신작을 내놓게 된 셈이다.
"사실 제가 예전처럼 홍보 활동을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웃고 떠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하지만 '이웃사촌'에는 무한책임이 있어요. 용기를 내고 말고 할 게 못 됩니다. 무섭고, 두렵지만 제가 해야 할 몫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연기된 기간만큼 영화를 더 만지고 고치겠다'라며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달수에게 영화 '이웃사촌'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연기적으로도, 동료에게도 '변화'의 계기였다.
"또 다른 연기를 보여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동료나 제작사, 감독님께서도 많이 위로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그 사건을 배제하고 관객들에게는 어떤 영화로 남을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달수는 현장에 대해 애틋함을 드러내며 복귀에 대해 운을 띄웠다. 활동을 중단하고 TV에서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그리움과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죠. 그간 오래 쉬어봐야 1년에 두 달 정도 휴식기를 가졌었는데. 이렇게 긴 시간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아직 대화를 나눌 차원은 아니지만, 현장이 그리웠어요. 다시 배우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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