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른 이후 최대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안을 두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장고에 들어간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톱5’의 완성차업체 명성에 걸맞은 ‘마천루’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주장과 ‘바벨탑’의 허상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강남구 GBC 설계안 변경설 관련 면담 요청에 ‘확답 보류’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요청한 GBC 설계안 변경설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허가권을 가진 강남구는 지난달 24일 GBC 설계안 변경설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GBC를 당초 계획대로 105층으로 건립해야 한다”며 정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현대차 GBC 기본·실시설계안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옛 한국전력 부지(7만4148㎡)에 지상 105층(569m) 타워 1개동과 숙박‧업무시설 1개동,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5개 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현실화되면 현대차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도 최고층 보유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그러나 현대차는 70층 2개동이나 50층 3개동 등으로 층수를 낮추는 설계안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 회장이 그룹의 3대 먹거리로 꼽고 있는 친환경차,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대한 투자 △코로나19 위기 극복 △혁신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을 앞두고 자금을 허투루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층고를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할 경우 건설비를 아끼고 건립 기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계획대로 GBC를 건설할 경우 4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다.
실리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만 보면 설계를 변경하는 쪽으로 벌써 결정이 나야 했지만, 그가 고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설계 변경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랜드마크 상징성 확보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서울시와 강남구의 바람에 역행하게 된다.
◆GBC 기존안 명분도 약화··· 경쟁력 하락 우려 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먼저 굳이 GBC가 아니더라도 2017년 완공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123층, 554.5m)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끼리 무리하게 마천루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글로벌 경쟁력만 하락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4년 정 명예회장이 GBC 부지를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매입하자, 현대차그룹의 주식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는 최근에서야 미래차에 대한 투자와 미국 애플 협력설 등으로 겨우 회복됐다.
업계 관계자는 “1985년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건설 이후, 국내 최고층 빌딩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하지만 주상복합 아파트 등도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그 상징성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계를 변경하더라도 정 명예회장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명예회장의 4대 숙원은 통합사옥 건립, 글로벌 완성차업계 상위 5위 진입,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이다. 현재 진행 중인 통합사옥 건립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룬 상태다.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통합사옥의 상징성은 ‘글로벌 5위 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사옥’과 ‘30만명에 육박하는 그룹 임직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이 같은 목적은 설계안이 바뀌더라도 충분히 충족된다는 뜻이다.
강남 지역민들도 GBC가 어떤 식이든 조속히 완공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 등이 글로벌 랜드마크를 조성해야 한다며 기존안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결이 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실리를 중시하는 경영인인 정 회장은 GBC 설계안 변경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각계에 여러 목소리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관계자도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정 회장에게 GBC 설계안 변경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안을 두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장고에 들어간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톱5’의 완성차업체 명성에 걸맞은 ‘마천루’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주장과 ‘바벨탑’의 허상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건립을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요청한 GBC 설계안 변경설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허가권을 가진 강남구는 지난달 24일 GBC 설계안 변경설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GBC를 당초 계획대로 105층으로 건립해야 한다”며 정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70층 2개동이나 50층 3개동 등으로 층수를 낮추는 설계안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 회장이 그룹의 3대 먹거리로 꼽고 있는 친환경차,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대한 투자 △코로나19 위기 극복 △혁신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을 앞두고 자금을 허투루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층고를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할 경우 건설비를 아끼고 건립 기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계획대로 GBC를 건설할 경우 4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한다.
실리를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만 보면 설계를 변경하는 쪽으로 벌써 결정이 나야 했지만, 그가 고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설계 변경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 랜드마크 상징성 확보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서울시와 강남구의 바람에 역행하게 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GBC 기존안 명분도 약화··· 경쟁력 하락 우려 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먼저 굳이 GBC가 아니더라도 2017년 완공된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123층, 554.5m)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끼리 무리하게 마천루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글로벌 경쟁력만 하락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4년 정 명예회장이 GBC 부지를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매입하자, 현대차그룹의 주식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이는 최근에서야 미래차에 대한 투자와 미국 애플 협력설 등으로 겨우 회복됐다.
업계 관계자는 “1985년 서울 여의도의 63빌딩 건설 이후, 국내 최고층 빌딩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하지만 주상복합 아파트 등도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상황에서, 그 상징성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설계를 변경하더라도 정 명예회장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명예회장의 4대 숙원은 통합사옥 건립, 글로벌 완성차업계 상위 5위 진입, 현대건설 인수로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이다. 현재 진행 중인 통합사옥 건립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룬 상태다.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통합사옥의 상징성은 ‘글로벌 5위 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사옥’과 ‘30만명에 육박하는 그룹 임직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이 같은 목적은 설계안이 바뀌더라도 충분히 충족된다는 뜻이다.
강남 지역민들도 GBC가 어떤 식이든 조속히 완공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 등이 글로벌 랜드마크를 조성해야 한다며 기존안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결이 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실리를 중시하는 경영인인 정 회장은 GBC 설계안 변경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각계에 여러 목소리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관계자도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정 회장에게 GBC 설계안 변경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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