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일본도 검찰 직접수사는 예외적으로 이뤄진다"며 "수사·기소 분리가 부당한 주장인 것처럼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25일 밤 본인 페이스북이 '일본 검찰도 직접 수사하는데 수사·기소 분리는 틀렸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검찰이 가진 가장 큰 문제로 '무죄추정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을 들었다. 지금처럼 수사기관이 유죄 심증을 가지고 피의자가 굴복할 때까지 조사하는 방식은 헌법에 어긋나고,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강압적 조사라는 일제 경찰 잔재가 남아 수사기관은 그래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도 깔려 있다"면서 "그랬던 일본도 패전 후엔 수사는 경찰이, 검사는 경찰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며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검·경 권한 분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이 연간 5000~6000건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만건이 넘는다며 "일본 인구는 약 1억2000만명, 우리나라는 약 5000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검찰 직접수사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일본 검찰은 전국 3개 특수부와 10개 직접형사부만 직접수사를 맡지만, 우리나라는 반부패부·공공수사부·강력부 등 전국적으로 28곳에 이른다면 조직 역시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일본 검찰 직접수사는 예외적인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웬만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다"면서 "일부 언론이 '수사·기소 분리'가 부당하다고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사 본질은 인권침해이므로 검사든 경찰이든 분산과 견제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며 "견제 없는 수사 시스템과 관행을 고쳐야 진정한 개혁의 완성"이라고 덧붙였다.
수사·기소 분리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조처라는 검찰 주장도 거세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우리나라 검찰 흑역사는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가혹하고 망신 주기 수사를 통한 인격살인,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냥감이 돼 갈기갈기 찢고 만신창이로 만드는 수사 잔인성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인격살인 사례로 강기훈씨 유서대필·정연주 전 KBS 사장 횡령·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을 제시했다.
추 장관은 "기획수사로 인권을 유린해온 검찰이 이제 와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 틀어막기'라고 호도하고, 무소불위 검찰권을 건들지 말라며 몰염치하게 버티기엔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며 "촛불주권자는 중도반단이 아닌 완전한 개혁을 원한다"면서 수사·기소 분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다음 주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제정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중수청에 주고,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만을 담당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올해부터 시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은 '검찰개혁 시즌2'다.
대검찰청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다. 윤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 '중수청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힐 거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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