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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스푸트니크V 도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최근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추가로 계약하면서, 백신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국외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기로 계약한 한국코러스 역시 스푸트니크V의 국내 도입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범부처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역시 확보한 백신 수급에 집중하되, 스푸트니크V의 국제사회 인허가 상황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백신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로써 사실상 백신 도입 여부의 키를 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식약처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22일 식약처는 외교부에 스푸트니크V 관련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 달라 요청한 바 있다.
식약처는 외교부에 러시아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에서 혈전 발생 등 이상반응과 관련한 정보 수집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대상 국가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 중인 러시아를 비롯한 12개국이다.
식약처 측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해외 자료 등을 수집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라며 "스푸트니크V 백신은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백신에 비해 통상적 방법으로 정보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스푸트니크V 품목허가 신청이 들어올 경우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과 같은 방식의 절차로 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는 스푸트니크V가 AZ, 얀센 백신처럼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 방식을 토대로 한 백신이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V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유전자를 재조합한 뒤 독성과 감염력을 제거한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스푸트니크V의 도입 관건은 이미 AZ, 얀센의 부작용 사례인 '희귀 혈전증'을 식약처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스푸트니크V 도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바로 이 혈전 문제에 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의 경우 AZ 및 얀센 등 전달체 플랫폼 중 가장 안정적인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보였다"면서도 "여전히 안전성 측면에서 더 검증이 필요한 백신"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에서 불거지는 혈전 문제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백신"이라며 "도입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식약처가 혈전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식약처가 지난달 초부터 유럽 일대에서 AZ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희귀 혈전증이 발생했음에도, 이달 초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얀센 백신에 대해 허가를 내린 전례가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의 말대로라면 화이자 추가분으로 인구 약 2배가 접종 받을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상황인데, 구태여 러시아 백신을 검토할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며 "수급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것이 아니기에, 정부가 스푸트니크V 도입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입을 염두에 둔다면, 식약처가 좀 더 철저한 검증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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