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한국도 생산과 수출, 소비 등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국가 부도 위험의 가늠자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민생경제와 직결된 고용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3월 취업자 수가 작년 대비 증가세로 집계됐으나 지난해 취업자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으며, 늘어난 일자리도 재정 투입에 의한 단기 일자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3월 전(全)산업생산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호조를 보이며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1분기 산업생산 계절조정지수는 111.2로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도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다. 4월 수출은 511억9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1.1% 늘었다.
각종 경제지표가 빠르게 회복되자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됐다. 정부도 올해 성장률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성장률이 3%대 중후반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0.5% 포인트 상향했고, 골드만삭스 등 7개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도 3.9%로 높아졌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치의 상승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고용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기 지표의 대부분은 반도체 수출이 만들었는데 이는 고용 창출이 크지 않은 부분"이라며 "취업자 수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개선될 수 있지만 고용시장 상황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취업자 수는 11만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줄어든 취업자 22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취업자 수 증가폭도 각각 15만명, 10만명이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물가는 오르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는 경우, 경제지표는 회복되는데 민생경제는 회복되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6만6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측치인 100만명을 크게 하회했다. 실업률도 6.1%로 상승했다. 4월 실업률이 5.8%까지 떨어질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기대를 크게 비켜간 것이다.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일 한때 1.522까지 급락했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물가상승을 우려한다. 4월 지표가 일시적 왜곡일 뿐이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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