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帛煙銷帝業虛, 關河空鎖祖龍居. 坑灰未冷山東亂, 劉項原來不讀書. 1100여년 전 당나라 장갈의 시 ‘분서갱’. 진시황의 패악,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비판했다. 책을 불태우고 유생을 생매장하며 사상을 통제했지만, 결국 진나라를 멸한 건 책과는 거리가 먼 유방과 항우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중국 인터넷공룡 메이퇀 CEO 왕싱이 이 스물여덟 자짜리 당시(唐詩)를 SNS에 올렸다가 이틀 새 시총 23조원을 까먹었다. 최근 메이퇀은 당국의 반독점 규제로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 왕싱이 중국 지도부를 겨냥해 올린 것이라며 반체제 논란이 일었다.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글쎄. ‘제2의 마윈’이란 말까지 나왔다. 마윈은 앞서 중국 국유은행이 낡은 전당포 영업 관행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가 혼쭐이 났다.
화종구출(禍從口出),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중국에선 더더욱 그렇다. 마윈이나 왕싱에겐 머스크(테슬라 CEO) 같은 '입방정'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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