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을 놓고 대만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까지 가세해 아프간의 상황과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문제를 연관 지어서 미국이 국익을 위해 아프간을 버렸듯, 대만도 아프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대만과 아프간의 처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반박론도 있다.
"아프간이 대만의 미래" 차이잉원 정부 흔드는 中
1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차이쩡자 대만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 교수도 최근 평론을 통해 "미국 대외정책의 주축이 반테러에서 반중으로 옮겨갔다"며 "대만이 아프간을 대체해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국은 언제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을 버렸다"며 "대만은 오로지 자신의 군사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중국, 양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어느 한쪽을 치우치지 않아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원인 자오샤오캉 대만 라디오방송국 중국광파공사(BCC)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 아프간의 처지를 보는 대만은 긴장해야 한다. 미국은 믿을 수 없는 게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13일 뉴욕타임스(NYT)의 분석 보도를 인용해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대만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미국의 동맹국에 미국이 동맹을 영원히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깊이 심어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진당은 대만인에 중국과 싸우면 미국이 구해줄 것이란 착각을 심어줘 대만의 미래와 대만인의 생명을 중국과 미국의 손에 맡기고 있다"며 "이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처사"라고 꼬집었다.
중국 관영 언론도 나서서 대만의 불안감 조장에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6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두고 “미국은 종이호랑이임이 입증됐다”며 "미국에 의존해 행동하는 대만은 아프간 사태에서 많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국익에 따라 언제든 대만을 버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反中' 전선 펼치는 美···대만이 新전략적 요충지로
대만 당국은 미국과 굳건한 협력을 강조하며 불안감을 잠재우고 있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 격)은 지난 16일 아프간 내부 정국 혼란 문제점을 꼬집으며 "대만에 내부 혼란만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외부 무력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날 산드라 우드커크 신임 대만주재 미국협회(AIT) 대표와 회담을 했다며 예상보다 길어진 회담에서 양측의 대화는 아주 화기애애했고, 이 자리에서 미국은 대만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처지와 대만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만 민진당 입법위원 정윈펑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에는 (아프간처럼)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 대만은 자주 국방을 기반으로 미국등 국가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는 등 군사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진당 입법위원 왕딩위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간의 전쟁은 '내전'이고, 중국 본토의 대만에 대한 위협은 '외부 침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접수한 것과 관련해 중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프간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군의 부재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신장 분리독립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 지역 안정을 위해 탈레반과 ETIM간의 연계를 막는 한편, 아프간 재건에 적극 참여해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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