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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9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계약된 아파트 전월세 1만6307건 중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거래는 7015건으로 전체의 43.5%로 집계됐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되기 직전인 2020년 5월에는 전체 1만4436건 중 월세가 4143건으로 약 28.7% 수준이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0%대에서 2021년 40%대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1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월세 1만1415건 가운데 월세를 낀 거래는 4018건으로 이 비중이 35%를 넘어섰고, 이달(9일 기준)에는 전체 1733건 중 671건이 월세 거래로 38%를 넘어섰다.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임대차2법 시행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를 내는 보증부월세 형식을 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대인들도 보유세, 양도세 등 정부의 세제 강화 정책에 따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월세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전세를 찾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전세보다 월세 매물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강남은 학군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고가 월세도 감수하고 들어오려는 대기 수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의 R중개업소 대표는 "대출규제와 매매자금 추적, 자금증빙 서류 등 투명성 이슈로 공포감이 높아지면서 전세보다는 월세 거래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면서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면서 일명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월세 수요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센터장은 "임대인은 목돈을 받는 게 유리하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여신관리가 까다로워지면서 임차인들이 과거처럼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올리는 패턴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임대차법 시행으로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할 수 없고, 세입자들도 집주인의 요청에 맞춰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차인은 대출이자 부담을, 임대인은 임대차법으로 인한 가격 인상폭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월세와 전세의 비중이 60대 40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매수자와 종합부동산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 임대인 사이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고가 전세대출이 포함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어 전세의 월세 전환은 받아들여야 할 트렌드 변화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12월에 101.6을 기록해 전월(101.1) 대비 0.44포인트 올랐다. 부동산원이 지난 2015년 6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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