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책 이후 매매 대신 전세나 월세로 주거 수요가 옮겨가며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전세대출에도 적용하는 등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자극해 선(先)대출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잔액은 6·27 대책 직후인 6월 말 122조9773억원에서 이달 1일 4337억원 불어나 123조4110억원으로 집계됐다.
6·27 대책 직후 급감했던 전세대출 수요는 다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7월 둘째 주(7월 5~11일) 증가폭은 521억원에 그쳤지만 마지막 주(7월 26~8월 1일)엔 1302억원으로 2.5배 늘었다. 주별로 보면 △7월 셋째 주(12~18일) 541억원 △넷째 주(19~25일) 851억원 등으로 4주 연속 증가폭이 커졌다.
이 같은 전세대출 증가세는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6·27 대책으로 주택 매수를 위해 모자란 자금을 대출로 충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담대 최대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이 시행되면서 당초 6억원 이상 주담대를 받아 수도권이나 규제지역 내 주택을 사려던 이들은 자금 부족으로 전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예고는 전세대출 수요를 더 자극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DSR은 개인 연간 소득 대비 모든 금융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현재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미 주담대나 신용대출 등으로 40%를 채웠다면 전세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 역시 정부 방침에 따라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취급 제한을 강화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10월까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았다. 6·27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으로 제한했지만,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전세대출 보증 한도가 줄며 월세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보증기관(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SGI서울보증)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지난 6월과 7월 연달아 100%에서 90%, 90%에서 80%로 낮아졌다. 전세금 5억원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보증받는 금액은 4억원에서 3억2000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실제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6·27 대책 발표일 기준 2만4855건에서 지난달 25일 2만4011건으로 줄었지만, 월세 물건은 같은 기간 2.4% 증가해 1만9242건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매매 물량 자체가 줄었고, 각종 규제로 매매 대신 전세나 월세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대출을 받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가 신용대출을 활용해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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