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골프계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3일부터 6일까지 사우디 킹 압둘 경제도시에서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파워드 바이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이하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열렸다.
지난 3회는 DP 월드(전 유러피언) 투어였으나, 올해부터는 아시안 투어 주관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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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폴 케이시(하단)와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표어 [사진=아시안 투어]
아시안 투어로 옮겨 오게 된 이유는 국제정세와 직결된다. 스포츠 워싱(세탁)에 대한 반대로 시작됐다. 인권 문제를 스포츠로 씻으려 한다는 평가다. DP 월드 투어는 주관을 포기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조건부(향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출전) 허락으로 소속 선수의 출전을 허락했다.
PGA·DP 월드 투어의 반응에는 숨겨져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사우디에서 창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슈퍼골프리그(SGL) 혹은 프리미어골프리그(PGL) 때문이다.
SGL, PGL은 사우디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유명 프로골퍼를 포섭해 골프계의 흐름을 아시아로 가져오려 하고 있다. PGA·DP 월드 투어는 견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견제 때문인지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노선을 변경했다.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후원하고,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츠를 세워 매년 아시안 투어 10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츠의 최고 경영자(CEO)로는 '백상아리' 그렉 노먼(호주)이 선임됐다.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 전, 대회장에서는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츠와 아시안 투어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노먼, 조 민 탄트 아시안 투어 커미셔너 겸 CEO, 지난(2020~2022) 시즌 아시안 투어 오더 오브 메리트(상금 순위) 1위 김주형(20)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미래를 내다봤다. 3월 태국, 영국을 거쳐 한국 등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다. 이름은 인터내셔널 시리즈다.
발표 이후 노먼과 출전한 PGA·DP 월드 투어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 매체의 포격을 받았다. 첫 포격은 사우디 스포츠 세탁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포격은 달랐다. 사우디의 제안이다.
◆ 사우디의 선수 포섭
대회장에서는 실제로 선수들에 대한 포섭이 이뤄졌다.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 1·2층 식당에는 많은 수의 골프 사우디 관계자와 선수가 뒤섞여 있었다.
2라운드 시작 직전 기권을 선언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관계자와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 '이언 폴터(잉글랜드)가 2200만 파운드(약 357억8800만원)를 제안받았다'는 루머가 퍼졌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폴터의 소식을 기자회견에서 들었다. 그는 금액을 듣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제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더욱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아니요. 비슷하지 않습니다. 그냥 비슷하지 않아요"라고 웃어넘겼다.
필 미컬슨(미국)은 "상위 100위 안에 선수들은 모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경쟁이다. PGA 투어의 상금들이나 보너스들이 증가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좋은 부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디어 권리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더욱 자세했다. 그는 "기밀 유지 협약(NDA)에 서명해서 대답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할 수 있다. 포커 게임이라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많은 칩을 갖고 테이블에 온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 경계하고 방어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PGA 투어 한 관계자는 "꼭 이 영상을 봐야 해"라며 한 유튜브 영상을 보내왔다.
해당 영상에는 코너 무어(아일랜드)가 등장한다. 그는 방송인으로 유명 프로골퍼의 표정을 따라 하고, 성대모사를 한다.
폴터를 연기한다. "얼마 받기로 했다"라며 으쓱거린다. 이어 타이거 우즈(미국), 미컬슨, 웨스트우드, 존슨을 연기한다. 모두 폴터보다 조건이 좋다. 아니라고 했던 폴터는 좌절한다. 우즈의 경우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플레이하는 금액도 아니다. 대회장에서 손만 흔드는 데 그 금액이라고 한다. 폴터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이러한 영상이 나올 만큼 골프계의 시선은 사우디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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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 공연 중인 음악가들, 모습도 표정도 제각각이다. [사진=아시안 투어]
대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이 유지됐다. 72번째 홀, 해롤드 바너 3세의 28m 이글 퍼트가 들어간 이후에도 오랜 시간 지속됐다.
그러나, 흥분에 비해 현장은 부족함이 많았다. 대회 첫날과 둘째 날은 파리와의 싸움이었다. 18번 홀 개울에서 자라난 파리들이 대회장을 뒤덮었다. 식사하면 음식 위에 2~3마리 이상의 파리가 붙었다. 3라운드부터는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파리가 적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옷깃에는 파리가 붙어 있었다.
대회장 제작물 규모도 크지 않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메이저급인 신한동해 오픈은 아시안 투어, 일본골프투어(JGTO)와 공동 주관인 대회다. 이 대회보다 규모가 작았다.
스탠드는 우정힐스 18번 홀에 설치된 코오롱 한국 오픈 그랜드스탠드보다도 한참 작았다. 전체 규모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의 50% 정도였다.
아시안 투어는 이 대회를 플래그십(대표하는) 대회로 지정했다. 총상금은 500만 달러(약 59억원)다. 종전 아시안 투어 대회 중에서는 총상금이 가장 많지만, PGA 투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DP 월드 투어에는 비빌 만하다. 물론 DP 월드 투어에는 500만 달러가 넘는 대회가 수두룩하다.
◆ 인터내셔널 시리즈 한국 개최, 실현 가능할까
인터내셔널 시리즈도 매년 10개 대회 개최라지만, 총상금이 150~200만 달러 수준이다. 10개 대회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아시안 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코오롱 한국 오픈 다음 주를 개최 일정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아시안 투어는 소속 선수로 명단을 가득 채울 심산이다. 단독 주관이다. 향후 변경될 수는 있겠으나, 코리안 투어 선수는 20명 내외(남자 골프 세계순위 300위, 추천 선수 등)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의중은 알겠으나, 흥행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코리안 투어와의 공동 주관이 아니라면 관심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및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국내 골프장은 동남아처럼 대회를 개최한다고 무료로 빌려주지 않는다.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처럼 적은 운영비 탓에 액자 우승컵을 우승자에게 주는 것도 자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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