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뻔뻔하고, 유쾌해진 박해진…'지금부터, 쇼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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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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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진,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으로 코미디 연기 정점

  • 상대 배우들과의 즉흥 연기에 드라마 더욱 '풍성'

  • 진기주와 로맨스 연기에 고충…멜로 덜어내기 '중점'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더 뻔뻔하고 유쾌해졌다. 배우 박해진은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드라마 '맨투맨')로 '코미디 연기'에 시동 걸기 시작하더니 최악의 부장을 부하 직원으로 맞은 팀장 '가열찬'(드라마 '꼰대 인턴')으로 '연하남'(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유정 선배'(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이미지를 완벽히 지워냈다. 그렇게 코미디의 맛을 알아버린 박해진은 귀신 볼 줄 아는 마술사 '차차웅'으로 코미디 연기의 정점을 찍었고 천연덕스럽게 시청자들을 홀렸다.

아주경제는 최근 MBC 토일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극본 하윤아·연출 이형민 정상희, 이하 '쇼타임')의 주인공 박해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동안 '연하남' '유정 선배'처럼 신사적이고 멋진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던 그는 자신이 쌓은 견고한 이미지를 뻔뻔하고 유쾌하게 깨트려 나가고 있었다. 코미디 연기를 거듭할수록 "더 웃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는 그는 어느 때보다 즐겁게 자기 작품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지금 철저히 '시청자의 마음'으로 ('쇼타임'을) 보고 있어요. 사전 제작으로 찍다 보니 조금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 드라마 자체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내용이니까. 더욱 즐겁게 찍고 볼 수 있었죠. 요즘 선배님들께서 '우리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라고 하시는 말씀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워낙 자극적인 작품들이 많아서요. 저도 어머니, 조카와 함께 둘러앉아서 제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 '속물' 같은 남자 주인공···박해진, '차차웅'을 만나다

드라마 '쇼타임'은 잘 나가는 카리스마 마술사 차차웅(박해진 분)과 정의로운 열혈 순경 고슬해(진기주 분)가 공조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박해진은 완벽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마술사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상은 귀신을 볼 줄 아는 능력으로 꼼수를 부리는 인물. '돈'에 죽고 사는 속물 같은 캐릭터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4부까지 완성된 상태였어요. '차차웅' 캐릭터를 보며 '이 지질한 요소를 잘 표현한다면 재밌겠다'라고 생각했죠."

'쇼타임'의 직전 작품이 '꼰대인턴'이었기 때문에 그가 또다시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다는 소식에 의아했었다. 과거 인터뷰를 통해 박해진이 "장르나 캐릭터가 중복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작 때문에 의도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성격상 전작과 비슷한 장르나 캐릭터를 볼 때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죠. 하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은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언제든 마다치 않아요. 제가 어떤 한 이미지에 매몰되어 있다면 걱정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고정된 이미지나 캐릭터를 가진 건 아니라고 봐요."

평소 박해진은 작품이나 캐릭터에 접근할 때 아주 깊이 관여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설정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단순하게' 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윤아 작가가 그린 '쇼타임' 속 '차차웅' 그대로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쇼타임'은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고 이들이 전생부터 현재까지 엮어있기 때문에 세세하게 세부를 짜고 복잡하게 표현한다면 보는 분들이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본 속 '차차웅'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고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대로 움직였죠. 단순하고 솔직하게 접근했고 그대로 표현했어요."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표현했다고 했지만, 박해진의 꼼꼼함이 어딜 가겠나. 그는 대화 도중 '차차웅'의 캐릭터 MBTI(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자기 보고식 16가지 성격유형 지표)까지 연구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차차웅'을 완성하는 정교함이 숨어있었던 셈이다.

"'차차웅'은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의 사람이라고 보았어요.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합리적이고 실제적이죠. 허세를 부리는 편이지만 그 허세도 가만 보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에요. 위험한 장소에 갈 때면 비싼 차는 끌고 가지 않는 식이죠. 하하하. ISFJ(호기심 많은 예술가 형)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ISFJ거든요."

'차차웅'의 합리적인 완벽함은 그가 선보이는 '마술'에서 빛을 발한다. 자신이 갖춘 실력에 비해 완벽해 보이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에 귀신 3인방(정석용·고규필·박서연)의 도움을 받아 '완벽함'을 연기하기 때문. '차차웅'과 귀신 3인방의 마술 장면은 완벽한 티키타카로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사실 '차차웅'은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 마술사)'를 꿈꾸지만, 그만큼의 능력은 없어요. 실제로 마술사 이은결 씨가 '차차웅'의 경쟁자 역할로 출연해 주셨는데요. 기본적인 마술은 그분께 많이 배웠어요. 가볍게 할 수 있는 카드 마술, 드라마 말미 등장하는 반지 마술 등이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하하하. (마술을 배우면서) 속으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 "너로 인해 완벽해져"···'차차웅' 완성 시킨 상대 배우들

앞서 언급했듯 '차차웅'과 귀신 3인방 '남상군'(정석용 분), '마동철'(고규필 분), '강아름'(박서연 분), '최검 장군'(정준호 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이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호흡은 '쇼타임'의 정체성과도 같다. 박해진은 "실제로도 정말 친하다"라며 화기애애한 현장을 묘사하기도 했다.

"사이가 워낙 좋아서 따로 뭘 만들어내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맞아요. 정말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니까요. 게다가 다들 개그 욕심들이 넘쳐서···. 하하하. 서로 웃기고 싶어 한다니까요. 그 와중에 정말 재밌는 건 개그 욕심을 내면서 즉흥 연기(애드리브)를 하면 또 누군가가 받아친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 코미디에 정말 진심이구나' 싶으면서 또 '다들 베테랑 배우구나' 하고 생각해요."

'차차웅'과 귀신 3인방이 뭉치면 즉흥 연기가 난무하는 터라 어떤 장면이 즉흥 연기였는지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그런데도 "가장 좋아하는 즉흥 연기를 꼽아달라"라고 부탁했더니, 그는 1부 말미 고규필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1부 말미에 뺑소니로 죽은 오토바이 배달원 '민호'(최성원 분)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있어요. '차차웅'이 운전하고 뒷좌석에는 귀신 3인방이 앉아있죠. '차차웅'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라고 하는데, '동철'이 '귀신을 뒤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느냐?'라며 쏘아붙여요. 여기까지는 대본에 있는 건데 욱하는 마음에 '귀신 앞이잖아!'하고 대꾸했거든요. 속으로 '재밌을까? 시청자들이 이해해 줄까?' 걱정했는데 규필이 형이 반응을 재밌게 해 줘서 '아, 이거 터지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을 시작으로 서로의 즉흥 연기에 믿음도 생겼고 적극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배우들의 즉흥 연기에 제작진도 무너질 때가 있다고. 예기치 않은 즉흥 연기다 보니 카메라가 배우들을 따라오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

"리허설 때 약속해놓고 찍는 거긴 하지만 그런데도 카메라가 우리를 못 따라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모니터링해 보면 오히려 (카메라가) 헤매는 느낌이 우리와 더 잘 어울리고 재밌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 로맨스가 너무해···'차차웅'의 조합

박해진은 '맨투맨' 박성웅, '꼰대인턴' 김응수, '지금부터 쇼타임' 정준호까지 연달아 남자 선배와 호흡을 맞췄고 때마다 좋은 평가를 얻어왔다. 팬들은 "남자 선배와 함께 있을 때 조화가 더욱 폭발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하기도. 이에 박해진은 "선배님들께는 더욱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그 모습이 카메라에도 담기는 거 같다"라고 해석했다.

"제가 애교가 많은 편이 아닌데 (박)성웅이 형이나 (김)응수 선배님, (정)준호 선배님, (정)석용 선배님 앞이면 더 편하게 애교도 부리고 치근거릴 수 있는 거 같아요. 하하하. 선배님들께서 워낙 열려계셔서 즉흥 연기도 잘 받아주시고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받거든요.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지나 봐요."

'고슬해' 역의 진기주와는 로맨스 호흡을 맞추는 게 고역이었단다. "워낙 친한 사이"라서 설렘이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멜로에 특화된 이들인 만큼 극 중 멜로가 강조되어 보일까 우려하는 마음이었다고.

"(진)기주와는 정말 친해요.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너무 친해 보이면 어쩌지? 걱정도 했어요. '고슬해'와 '차차웅'의 풋풋한 로맨스가 우정처럼 느껴질까 봐서요. 하하하. 일부 팬들은 '아쉽다'면서 '더 진한 로맨스를 보여달라'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우리 드라마의 초점이 로맨스가 아녀서 노골적인 건 피하려고 했어요."

각각 전작을 통해 진한 멜로를 보여준 적이 있는 두 사람. '멜로 눈빛'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이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멜로의 농도가 짙어졌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이 정도만 나와도 로맨스처럼 보이려나?' 걱정했었거든요. 소꿉장난처럼 느껴질까 봐요. 그런데 극의 톤을 보아하니 우리가 너무 짙은 멜로를 보여주는 건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더욱 경계하면서 찍었죠. 하하하. 가끔 (진)기주에게 '너 눈 그렇게 뜨지 마.' 하면서요. '멜로 눈빛' 넣어두라고 말하기도 하고. 하하하."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의 주인공 배우 박해진[사진=마운틴무브먼트]

◆ 드라마는 떠나지만···박해진의 '쇼타임'은 지금부터

박해진은 '쇼타임'이 "첫사랑처럼 애틋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쇼타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얼굴이었다.

"이번 작품은 정말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보았거든요. 이렇게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해 본 적이 있었나? 없었던 거 같아요. '꼰대인턴'은 직장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 코드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요. 어머니와 조카까지 모두 모여서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또 기회가 온다면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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