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사참사' 장관급 낙마 5번째...1기 내각 완성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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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입력 2022-08-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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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사실상 경질, 한 명으로는 부족해"

 

지난 8일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다 되어 가지만 '1기 내각'이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적쇄신 스타트?...사실상 경질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교육부 수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지난달 4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재가를 받은 지 35일만이다.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초 임명 전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벌써 두 번째 낙마다. 장관급 낙마로는 다섯 번째이며, 현역 국무위원 신분으로는 첫 번째다.
 
박 부총리는 그동안 만취 음주운전, 논문 표절 의혹, '조교 갑질'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못했다.
 
교육부 장관 임명 후에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에 이어서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방안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권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부총리의 사퇴를 두고 '경질'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론의 인적 쇄신 요구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인적쇄신의 카드를 꺼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일원 러시치뷰 대표는 "사실상 경질이라고 보고 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부정적인 이슈에 시달렸기 때문에 (박 부총리를) 계속 앉고 가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단 한 명을 바꾼다고 해서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박 전 부총리 후임자 인선을 위한 검증 작업이 이미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새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 절차 후 임명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교육 컨트롤타워가 공백상태인 가운데 일사불란한 개혁 과제 추진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속도전' 역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과 공정위원장 인선은 정부 출범 석 달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1기 내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명씩 낙마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수장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책적인 실패가 더 큰데 사람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정책을 집행할 때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정책 수요자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기자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낙마 5번째...1기 내각 구성은 언제?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지난 3개월 동안 1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숱한 의혹과 논란이 시달렸다 .
 
첫 교육부장관에 지명된 김인철 전 후보자에 이어 정호영·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신상 의혹에 휩싸여 차례로 물러났다. 김 전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을 지내는 등 교육계 전문가였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걸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전 후보자는 논문 표절, 법인카드 부당집행 의혹, 법인회계에서 집행해야 할 소송비를 교비로 부당지출했다는 의혹,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 중 1억여원 수령 의혹 등을 받았다. 여기에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김 후보자는 지명 20일 만에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서 자진사퇴했다.
 
정 전 후보자는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해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되며 윤석열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 43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뒤이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오른 김승희 전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명된 지 40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의 경우 의원 시절에 사용하던 업무용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해 개인용으로 돌린 사실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17년 의정활동 용도로 빌린 제네시스 G80 차량 계약 당시부터 차량 인수를 전제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로 했고, 이 비용 1857만원을 정치자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2020년 5월 이 차량을 도색하는 비용 352만원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으며, 이후 의원 임기가 끝난 뒤 928만5000원을 내고 해당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전 후보자는 검찰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300만원,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밖에 송 후보자는 지명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 학생 10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만취한 채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외모 품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문고리 6상시'에 '건진법사'까지...끊임없는 의혹
 
윤 대통령은 내각 외에도 대통령실을 검찰 출신 인사 위주로 채용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며 야권으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검찰 출신 주요 인사들을 중국 후한 말 황제 뒤에서 권력을 휘두른 10명의 환관인 '십상시'에 비유하면서 '문고리 육상시'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검찰의 주요 보직은 온통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의 몫이 되었다"며 "대통령실의 핵심 요직도 검찰 출신 측근들로 채워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육상시'는 대통령실 비서관급(고위공무원급) 참모들 중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재직할 당시 함께 근무하는 등의 인연이 있다. 복 기획관과 윤 비서관, 강 부속실장은 검찰 사무직 출신이고, 주진우·이시원·이원모 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특히 주진우·이원모 비서관은 검사 중에서도 특수통 출신으로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이들이다.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 모씨의 이권개입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사칭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담긴 정보지가 돌았다.
 
이에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전 모씨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이권개입 행위가 문제가 되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예방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며 "통상 정권 후반기에 나타날 법한 일들이 임기 80여일 만에 도처에서 발생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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