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버핏' 궈광창 푸싱제국 유동성 위기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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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9-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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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싱 위기설' 불 지핀 무디스·블룸버그

  • 궈광창 '반박'에도 시장 불안감 여전

  • 中정부 '손보기'에 따른 '학습효과'

'중국판 워런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판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회장이 이끄는 중국 최대 민간재벌 푸싱(復星)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푸싱그룹 주력사인 푸싱국제 주가는 홍콩거래소에서 올 들어서 ‘반토막’이 났고, 회사 달러채 가격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설' 불 지핀 무디스·블룸버그
푸싱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시작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다. 무디스는 지난 6월 유동성 압박에 직면한 푸싱국제가 향후 6~12개월 내 만기 도래하는 역내외 채무액이 비교적 크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실제 두 달 후인 8월, 무디스는 푸싱국제 신용평가 등급을 기존의 Ba3에서 B1로 강등하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중국 당국이 푸싱그룹과 관련된 금융 리스크를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도 유동성 위기설에 힘을 보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시중은행에 푸싱그룹에 대한 재정적 위험노출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베이징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도 현지 국유기업에 푸싱그룹 관련 주식 보유나 대출 담보 보증 현황 보고를 요구했다. 

푸싱그룹은 즉각 유동성 위기설 진화 작업에 나섰다. 푸싱그룹은 베이징 국자위 간부를 면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베이징시 국유기업의 장기 협력을 논의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궈광창 회장도 직접 나서서 "블룸버그의 허위 사실 보도가 푸싱그룹의 정상적 경영과 명예에 위해를 가했다”며 법적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 푸싱국제의 실질적 부채는 약 1000억 위안(약 20조원) 규모로, 부채자본비율도 5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싱국제는 세간에서 우려하는 바와 달리 재정 상태도 건전한 편임을 강조하고 있다. 
 
푸싱 측 '반박'에도 시장 불안감 여전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기관들이 푸싱국제 투자등급을 ‘매입’으로 유지해도 시장은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올 들어 푸싱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움직임으로 읽히는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푸싱그룹은 올해에만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자산 처분액이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한 해 자산 처분액이 8500만 달러 남짓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게다가 푸싱그룹의 올해 투자도 6건에 그쳤다. 지난해엔 공개적으로만 23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판 워런 버핏’이라 불릴 정도로 불황기에 투자하는 걸로 유명한 궈 회장의 투자전략과 반대되는 행보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발생한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중국 기업들의 역외 달러채 발행이 힘들어진 것도 푸싱그룹으로선 악재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재융자는 중국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채널이다. 금융 리서치 회사인 게이브칼은 “재융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이 고갈되면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中정부 '손보기'에 따른 '학습효과'
게다가 현재 시장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민영회사 ‘개입’에 히스테릭할 정도로 민감하다. 앞서 알리바바나 디디그룹 사태에 따른 ‘학습효과’ 탓이다. 중국에선 아무리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도 중국 정부가 ‘손 보기’에 나서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빅터 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중국 정치경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중국의 개인 기업가들은 매우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어려운 정치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푸싱그룹은 명품·부동산·도소매·의약·철강·스포츠·금융·요식업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최대 민간기업 재벌이다. 2021년 말 총매출은 1610억 위안, 총자산은 8060억 위안에 달했다.

2010년대 중반 안방보험, 하이항그룹, 완다그룹과 함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4대 '큰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스 보석업체 폴리폴리, 미국 명품 세이트존, 포르투갈 최대보험사 카이샤 세구로스, 말레이시아 요식업체 스크릿 레시피, 인도 제약사 글랜드 등을 인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재 4대 큰손 중 무탈한 기업은 푸싱그룹 하나다. 안방보험과 하이항그룹은 중국 정부에 의해 ‘공중분해’됐으며, 완다그룹 역시 정부 개입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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