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酒플레이션] 출고가 1200원, 청담 술집선 7000원...고무줄 소줏값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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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3-03-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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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번엔 술플레이션(술+인플레이션)이다.

식품·외식업계가 원가 인상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주류 가격마저 들썩이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 가격이 음식점에서 6000원 이상으로 오르자 인상 주체에 대한 비난마저 확산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런치플레이션이 대두되자 저렴한 한끼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편의점 저가 도시락의 판매율 증가가 이를 대변한다. 지난달 편의점 GS25가 출시한 '혜자로운집밥 제육볶음 도시락'이 사실상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총 생산물량 대비 판매율은 97.3%에 이른다.

2일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제조사에 따르면 소주 출고가를 당분간 동결키로 했다. 정부가 주류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결과다. 그러나 제조사의 출고가 동결 선언에도 음식점을 중심으로 소주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소주 가격의 비밀은 유통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소주는 공장에서 출고돼 주류 도매상을 거쳐 음식점에 공급된다.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더해지고 음식점 업주가 최종 소비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음식점이 위치해 있는 지역에 따라 소주 판매가는 천차만별이다. 음식점에 입고된 소주 판매가는 주인 재량에 맡겨져 있다. 얼마의 이윤을 붙여 팔지는 사장이 결정권을 갖는 구조다. 

이미 주요 상권에서 '소줏값 6000원'은 현실화한 분위기다. 특히 서울 청담, 압구정, 이태원 일대에선 7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식당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360㎖) 출고가는 2012년 11월 961.7원에서 현재 1166.6원으로 11년간 205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식당에서 파는 소줏값은 2012년 3000원에서 현재 6000원으로 올라 상승 폭은 최대 3000원(2배)에 이른다. 출고가에 비해 상승률이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음식점 소주 가격 인상을 부추긴 것이 주류 제조사의 출고가 조정이 아니란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 주류 도매상은 20~30%(300원 내외) 마진을 붙여 음식점에 납품한다. 1166.6원의 출고가에 도매상이 300원가량 마진을 붙여도 음식점 공급가격은 1500원 수준이다. 결국 음식점이 소주 1병을 판매할 때 4500원의 이익을 챙기는 셈이다. 이는 전체 소줏값의 75%에 달하는 수치다. 

소비자들도 식당 소주 가격 인상에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외식업계는 식재료, 인건비, 임대료, 전기세 등이 모두 오른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항변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매출 빼곤 다 올랐다며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음식점 소주 가격은 상권에 따라 다르다. 강남 등 번화가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높은 임대료, 식재료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최근 주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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