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1%가 로마자 약칭 대신 우리말 약칭 사용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글학회, 한글문화연대가 참여하는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은 지난 17일 16개 국제 조직의 로마자 약칭 인지도와 새로 만든 우리말 약칭의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안 모임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WHO(세계무역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TO(세계보건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조직의 인지도 평균은 12%에 불과했으며, 국민 71.2%는 로마자 약칭 대신 우리말 약칭을 사용하길 원했다"라고 전했다.
제안 모임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티엔오코리아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부터 일주일 동안 온라인을 통해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3%포인트다.
주요 국제 조직 16곳의 로마자 약칭에 대해 '안다', '들어보기는 했으나 잘 모른다', '아예 모른다'로 나눠 인지도를 평가했다.
조사 결과, WHO의 인지도는 7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OECD 69.0%, WTO 57.7%, IAEA 43.7% 순이었다. 하지만 BIE(국제박람회기구)와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인지도는 각각 3.5%, 4.4%로 집계됐다.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은 국제 조직의 영향이 커지면서 언론과 정부 공문서에서 국제 조직의 로마자 약칭이 빈번하게 사용되나 이를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함께했다.
국제 조직의 온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부득이하게 줄여 불러야 할 때 로마자 약칭 대신 쓸 우리말 약칭을 만들어 권고하는 것이 약칭모임의 목적이다.
약칭모임은 국내 조직에는 ‘기구’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단어를 살리고 조직의 성격을 표현하는 핵심 용어만 골라 로마자 약칭의 글자 수와 비슷하게 우리말 약칭을 만들었다.
핵심 용어 하나만 선택하기 어려울 때는 여러 용어의 머리글자를 따내어 약칭을 만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와 ‘협력’의 머리글자 만 따내어 ‘경협기구’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이미 사용하는 약어인 ‘지재권’을 가져와 ‘지재권기구’로 줄였다.
‘우리말 약칭 제안 모임’의 구성 단체 추천으로 꾸려진 연구위원회에는 언론인 3명, 국어학자 4명, 국어단체 관계자 2명이 활동하고 있다.
향후 약칭모임은 유엔(UN) 관련 조직,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국제 조직, 새로 설립되는 국제 조직의 우리말 약칭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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