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최고경영자(CEO)를 일제히 교체했다. 업황 부진으로 백화점 실적이 악화하자 쇄신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임원인사 발표를 하지 않은 롯데와 신세계에 시선이 향하는 이유다.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부회장)와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사장)와 김형중 현대백화점 대표(사장)는 지난 9월 20일, 이달 2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각각 자리에서 물러났다.
손영식 대표는 지난해 3월 신세계백화점 대표에 오른 지 1년 6개월 만에 수장 자리를 내놨다. 그의 빈자리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채운다. 김형중 대표는 2020년에 현대백화점을 진두지휘했으나 3년여 만에 정지영 부사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퇴임한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대표를 교체함에 따라 이달 말 임원인사가 예정된 롯데그룹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업계에 '독한 인사'가 확산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특히 그룹의 핵심 사업인 롯데쇼핑을 이끌고 있는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교체설이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경영 위기감이 고조된 만큼 수장을 바꿔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백화점 업계는 소비 침체와 고물가가 겹치면서 경영이 악화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지난 2분기 백화점 3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최대 35% 곤두박질쳤다.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6%로 크게 줄어 660억원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23.9%, 20.9% 감소했다.
매출도 좋지 않다. 롯데백화점은 전년 대비 0.8% 소폭 줄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0.8%,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백화점 3사 모두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소비 침체와 고물가가 겹친 데다 평년 대비 따뜻한 날씨 탓에 패션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모두 내부 인사를 수장에 앉힌 점도 롯데쇼핑과 롯데백화점 '수장 교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때문에 이번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임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롯데도 실적이 부진한 유통 계열사의 인적 쇄신으로 충격요법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출신들에 대한 평가도 냉철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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