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상장사들은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식매수선택권은 다른 말로 스톡옵션이라고 하는데요. 임직원 성과에 따라 스톡옵션을 지급해 경영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보상수단이기도 합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한 곳은 위메이드, 대주전자재료, 바디텍메드, 메디톡스, 한글과컴퓨터 등 5곳입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사주를 일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기업 실적이 성장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주가도 오르면 스톡옵션을 행사해 받은 자사주를 처분해 차익을 볼 수 있죠. 결국 기업의 장기 성과와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도 노린 제도라고 볼 수 있어요.
최근 한글과컴퓨터는 자기주식을 처분한다고 공시했는데요. 이달 22일부터 3월 28일까지 9000주를 1만6680원에, 이달 22일부터 3월 23일까지 8만2000주를 8202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변성준 대표이사는 8202원에 행사해 7만주를 취득했고요. 김가비 상무 역시 행사가액이 8202원인 3000주를 취득해 총 5000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밖에 행사가액이 1만3844원인 스톡옵션을 행사해 변 대표가 5만주, 박미영 부사장과 주경택 상무가 각각 3000주, 현창용 이사가 2000주를 취득했습니다. 1만3844원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은 2019년 3월 부여됐습니다. 2022년 3월 26일부터 2025년 3월 25일까지 행사가 가능한데요. 임원들은 최근 스톡옵션을 행사한 모습입니다.
변 대표를 포함해 임원들이 최근 스톡옵션을 행사한 건 한글과컴퓨터가 인공지능(AI) 테마에 힘입어 올해 71%나 급등한 종목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2일 3만845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도 경신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주가가 3만원대를 넘어선 건 2021년 11월 이후 2년 만이에요. 그래서일까요. 모 이사는 3만4050원에 자사주 1000주를 장내매도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대부분 단기간 차익 실현에 나서는데요. 스톡옵션을 행사한 입장에선 이익 극대화를 위해 주가가 상승한 뒤 행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죠. 또 오래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자사주 처분을 두고도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임원 8명이 무려 877억원의 차익을 거뒀어요. 통상 임원의 자사주 매각은 악재로 여겨집니다. 주가가 올랐다고 임원이 자기 회사 주식을 파는 건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상을 주고, 임원이 회사의 성장보다는 '돈 벌어 떠나자'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죠. 주주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11월 한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 사례처럼 스톡옵션 행사 후 빠른 시일 내 매각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상당히 보편적"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 임원들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후 행사까지 간격도 짧은 편인데, 행사 후 매각까지의 간격도 짧다는 것은 전체 주식 보유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라며 "주식장기보유를 통한 중장기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주식매수선택권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 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스톡옵션 의무보유 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2022년 3월부터 신규상장기업 등의 책임경영 및 공정한 주가의 조기형성 등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의 의무보유 기간 중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도 의무보유 대상에 포함되게 됐습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뿐만 아니라 여전히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임직원의 스톡옵션 행사를 무조건 나쁘게 바라볼 순 없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도 더 열심히 임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건데요. 일반 주주 입장에선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동안 급등했던 한글과컴퓨터가 이날 21% 넘게 하락한 건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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