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이 끝나고 잠재적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 여야 정치인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주요 광역단체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여야 협치 행보'로 풀이되지만, 2026년 6월 임기를 마치면 9개월 뒤인 2027년 3월 열리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몸풀기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여당이 참패한 4월 총선 결과에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은 것도 변수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임기 단축 개헌', '탄핵 소추' 등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에 대선 잠룡들이 수시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참여했던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 탄핵에는 '확실한 불법'과 '국민들의 동의', '결정적 트리거'가 필요하다"서 대통령실을 겨냥한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주목했다.
'협치 모색' 오세훈, '친윤 행보' 홍준표, '탈윤 고심' 한동훈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서울 동‧북부 지역 낙선인(19일), 서‧남부 지역 낙선인(22일), 서울지역 당선인(23일) 등을 한남동 시장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오는 3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지역 당선인들과 관저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사상 최초 4선 서울시장으로, '디자인 서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 서울 재개발과 복지정책 등 행정 능력은 평가받고 있다. 다만 오랜 정치경력에 비해 강력한 팬덤이 없고, 당내 지지세력 부재는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선 여야를 넘나드는 협치 행보로 서울시정에 성과를 내고 차기 대선 도전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우파의 대한민국이나 좌파의 대한민국, 40대의 대한민국과 60대의 대한민국, 영남의 대한민국과 호남의 대한민국이 따로 없다"며 "대한민국의 살 길은 '하나됨'에 있고 정치권 모두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잠룡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 만찬 회동을 하고 국정 현안을 논의한 후 윤석열 정부와 코드를 맞춘 메시지를 연일 내놓아 관심을 모은다. 홍 시장은 "선거 참패 뒤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면 정권 대혼란만 초래한다"며 총선 패배 원인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돌렸다.
홍 시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스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각종 현안에 입장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1996년 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5선 국회의원, 재선 경상남도지사,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대표, 대선 후보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기도 하다.
다만 스스로 인정했듯 이른바 '독고다이' 스타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크게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패배한 바 있다.
이에 홍 시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윤 대통령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홍 시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0년 정치 역정에 단 한 번도 계파 정치를 한 일이 없다"며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 대통령을 흔드는 건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한때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불렸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과의 오찬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하고 비대위원들과 별도 만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전 위원장은 2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동정론이 상당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한때 국민의힘 150석 이상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런데 용산발 '이종섭·황상무·대파·의정(醫政)충돌 논란'에 무너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도 SBS 유튜브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멀어져야 정치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외 여권에서는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고 4선에 성공한 안철수 경기 성남분당갑 당선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잠룡으로 꼽힌다.
'대세론' 이재명, '비례 돌풍' 조국, '다크호스' 김동연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일무이' 압도적인 대선 주자로 꼽힌다. 대장동 등 이른바 '사법 리스크'는 변수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3년 후 대선까지 대선 레이스의 주도권을 쥐고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4월 총선에서 '비명횡사·친명횡재' 비판을 뚫고 압승을 거두면서 민주당의 '친명(이재명)' 색채는 더욱 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조성됐던 '문재인 대세론'보다 지금의 '이재명 대세론'이 더 강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최재성 전 의원은 24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친명계가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DJ(김대중 전 대통령) 총재도 못 했던 일을 지금 이 대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26일 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호 추첨과 후보자 합동토론회는 모두 실시되지 않으며, 오는 5월 3일 오전 당선자 총회에서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단독 출마는 전례가 없다. 박 의원은 최근까지 이재명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찐명'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이 지난 21일 출마를 공식화하자 당초 거론되던 후보군들은 줄줄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22대 국회 국회의장에는 6선이 되는 추미애 당선자와 조정식 의원, 5선 정성호‧우원식 의원의 4파전 양상이다. 이들 모두 국회의장의 중립성보다 '이 대표와의 호흡'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 가능성도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이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 후보군 등 친명 핵심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의 대항마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도가 언급된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얻으면서 '윤석열 정권 심판'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비명횡사 공천'에 흔들리던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범야권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한 '친문(문재인)' 진영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도 충분하다. 다만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약점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다음달 24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기도 지역 여야 당선자 60명이 대상으로, 민주당 53명과 국민의힘 6명,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자 등이다. 김 지사는 도정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이 대표, 조 대표와 달리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여기에 역대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중용된 '중도성향' 정책 전문가인 것도 장점이다. 다만 여야 대결 구도가 극심해질 경우 이른바 '정치적 포지셔닝'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밖에 범야권에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준석 대표 등이 잠룡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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