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서영재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쇄신에 나섰다. 건설업황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방향키를 잡게 된 서영재 대표는 수익성 개선, 신성장동력 확충, 조직 혁신 등을 키워드로 삼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대표이사 교체는 2021년 기업분할 이후 처음으로, 마창민 전 대표이사가 지난 3월 31일 사임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졌다.
DL이앤씨는 서 대표 영입을 통해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사우디 해수담수청과 SMR 적용 업무협약, 자회사 카본코를 통한 인도네시아 복합화력발전소 CCUS 관련 MOU를 맺었으나 그 이후 협약 수준 이상의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서 대표는 LG전자에 몸담은 32년간 TV·AV(오디오·비디오)·IT사업부장과 본사 최고전략책임자(CSO) 부문 비즈인큐베이션 센터장·전무 등을 지내며 신사업 발굴부터 시장 안착까지 성과를 낸 바 있다. 그간 정체됐던 DL이앤씨의 신사업 분야 성과 도출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룹 차원에서도 친환경 신사업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DL그룹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원 보수 산정기준에 CCUS와 SMR, 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 부문 성과가 명시됐다. 지난해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SMR 사업 진출, CCUS 사업 확대 등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 기여를 인정받아 이해욱 DL그룹 회장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았다.
DL이앤씨는 앞으로 신사업 강화와 함께 조직 체계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 경험이 풍부한 서 대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건설 기술, 인구 구조 변화 등을 중심으로 한 건설 패러다임 변화에 조직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서 대표가 신사업 발굴부터 구현, 사업화까지 각 성장 단계를 모두 경험한 당사자인 만큼 신성장 동력 사업화 추진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전략기획, 경영진단 등을 맡았던 업무 경험과 성숙기 사업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마창민 전 대표가 실적 부진과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했기 때문에 서 대표의 어깨도 무거운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서 대표 취임 이틀 전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9명의 사망사고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도 당면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DL이앤씨 매출은 7조991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06억원으로 33.5% 급감했다. 특히 주택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4373억원에서 지난해 2007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