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베트남에 대한 서방의 비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지도부는 그간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표방해 왔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을 초청함에 따라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베트남 정치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당 총서기 초청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환영식을 가진 뒤 쫑 총서기와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팜민찐 베트남 총리 등 베트남 정부 주요 인사들과도 만남을 갖고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각종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된 가운데 결제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과 통화 협정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앞서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이 약 20건의 문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닛케이신문에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명백한 국제법 위반을 외면할 수 없다"며 "어떤 국가도 푸틴 대통령에게 그의 침략전쟁을 촉진할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특히 최근 베트남과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던 터라 반발의 강도가 커진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하고 반도체 등 베트남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전문가들 역시 미국과 베트남 사이 관계 악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트르담 국제안보센터 캉부 연구원은 닛케이아시아에 "(미국이) 베트남의 푸틴 대통령 환대에 화가 났기 때문에 (베트남이) 상당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 상황에서 푸틴의 베트남 방문은 "베트남의 나쁜 시각"이라며 베트남에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알렉산더 부빙 아태안보연구센터 교수는 19일 미국의소리(VOA)에 전했다.
베트남 내부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긴 했으나 북한 방문에 잇따른 여정이란 점에선 우려를 표명했다는 시각도 있다. 응우옌 응옥 쫑 베트남 싱크탱크 전략연구국제개발센터 소장은 베트남이 "국제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러시아 측에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찾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미·중 강대국 사이에 편중되지 않은 외교 노선을 추구해 왔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최근 관계를 격상한 미국에 대해서도 자국 내 인권 개선이나 중국 영향력 견제 요구할 시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작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등 실리적이면서도 중립적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캉부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국처럼 베트남의 외부 안보를 위협하지 않고, 미국처럼 내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두 초강대국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무기' 때문에라도 베트남 정부는 러시아와 균형을 맞췄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으나, 무기는 여전히 러시아에 상당 수준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앙 비엣 호치민법대 소속 국제분쟁전문가는 베트남은 여전히 국방력을 러시아제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러시아와 미국과 관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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