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국이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며 우리나라와 일본에 동참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美, 대중 견제 강화 속 동참 수위 고민
2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미·일 통상 당국은 26일 '제1차 산업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경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대중 견제를 위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최대 의제로 꼽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앞세워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한·일 양국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상황이라 관련 논의에 불이 붙을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미국 측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공급망 3각 연대' 구축을 위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주요 품목 공급망과 관련해 주요 관찰 대상인 핵심 국가를 선정하는 한편 3국 재외공관들이 핵심 품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게 골자다. 관찰 대상인 핵심 국가는 후속 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 사실상 '중국'으로 지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일 반도체 동맹에 韓 참여 확대될까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협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연합체인 라피더스는 최근 미국 IBM과 대량생산 기술 상용화를 위한 첨단 패키징 분야 파트너십을 맺었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출자해 만든 연합체로 2025년까지 2나노 공정 반도체를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서는 게 목표다. 미·일 양국이 2나노 반도체 조기 생산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와 대만이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게 된다.
그동안 한국은 이 같은 반도체 동맹 강화 행보에서 소외돼 있던 게 사실이다. 기존 반도체 산업 강자인 우리나라를 배제하는 새판 짜기 시도로 읽힌다.
이번 한·미·일 산업장관회의 개최를 계기로 3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에서 우리나라 입지가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수소·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 협력 박차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협력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회담에 앞서 한·일 양국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제1회 한·일 수소 협력 대화'를 열고 수소정책 방향을 공유하며 청정수소 등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방미 기간 중 미국 상무장관을 비롯해 현지 산업·에너지 분야 주요 인사들을 만나며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협력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오는 27일에는 지난해에 이은 제2차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가 예정돼 있다. 양국 간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 밖에 청정에너지 비즈니스 포럼(25일), 한·미 SCCD 반도체포럼과 첨단산업 기술협력 포럼(27일) 등 양국 비즈니스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할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특히 산업장관회의 기간 중 3국 간 경제 협력을 민간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각국 경제단체가 주도하는 '한·미·일 재계회의' 발족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기업의 미·일 시장 추가 진출, 제3국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할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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