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탁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31일 일본 시장조사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 195개사의 8월 식료품 가격 인상 품목은 가정용을 중심으로 642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가격 인상이 주춤했던 전년 동월의 1197개 품목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오는 10월까지 가격 인상 품목만 8269개(인상 품목 예정 포함)에 이른다. 올해 연간으로 보면 가격 인상 품목 수(예정 포함)는 11월까지 누적 1만 1617개 품목으로, 연간 평균 인상률은 17%에 달한다.
가격 인상 요인으로는 '물류비' 상승에 따른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1~11월) 가격 인상 예정 품목 중 물류비 요인의 가격 인상은 품목수 기준 68.2%로 전년 동기(57.5%)에 비해 상승했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비용 증가를 배경으로 한 '엔저' 요인도 30.2%에 달했다.
특히 올봄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 폭염과 가뭄 등 기상악화로 인한 작황부진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4년 8월 가격 인상은 '가공식품'이 319개 품목으로 전체 식품 분야에서 가장 많았다. 수입밀의 경우 운송비 상승 등을 배경으로 대형 업체의 건면 및 소스 등 '파스타 제품'의 가격 인상이 눈에 띄었다. 가정용 혼합 밀가루 등도 값이 올랐다. '과자류'는 원재료인 카카오 원두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초콜릿 제품'의 가격 인상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9월 이후에는 냉동식품과 햄・소시지 제품의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며, 청량음료, 맥주를 제외한 주류, 아이스크림류, 포장밥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격이 인상된다. 일본산 원재료 가운데서는 쌀 가격이 치솟으면서 포장밥 제품에서 가격이 오른다.
이처럼 식료품 전반에 대한 가격 인상 압력이 높아진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본 소비자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자체 브랜드(PB) 제품 등 저가 대체품 선호 등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업체에서는 식료품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내용량을 축소하는 등의 전환도 눈에 띈다.
한편 일본은행(BOJ)은 이날 물가 전망을 담은 경제전망 수정보고서 발표를 통해 2024년(당해 4월~이듬해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망을 2.5%로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전망(2.8%)보다 0.3%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일본에서 생활물가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경기정황을 반영하는 2024년 5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4% 줄었다. 1인당 실질임금은 26개월째 전년 같은 달을 하회하면서 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올해 춘투(임금협상)에서 기본급여의 증가율이 31년 4개월 만에 최대로 확대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상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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