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 동구 안심뉴타운에 있는 '안심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민 약 60명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진행했다.
할인분양대응 주민공동체 관계자는 "호반산업의 무책임한 할인분양으로 선분양자들이 큰 재산 피해를 입었으므로 소급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연초부터 대화를 요청했지만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이래 1년이 넘도록 미분양이 지속되자 시행·시공을 맡은 호반산업이 미분양 잔여가구에 대해 ‘분양가 7000만~9300만원 할인’ 등 조건으로 분양에 나서며 갈등이 시작됐다. 기존 입주민들이 새 계약자에 대한 관리비 폭탄, 커뮤니티 시설 이용 제한 등을 관리규약으로 내걸겠다고 맞대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할인분양대응 주민공동체는 기존 분양가와 할인분양의 차액에 준하는 수준의 보상금을 호반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호반산업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잔여가구 분양 대금을 보상금으로 활용해 달라는 제안에 ‘차라리 잔여 가구 분양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안심 호반써밋 이스텔라’ 총 315가구 중 미분양 27가구는 호반산업 소유로 남아있으며, 해당 가구에 대한 공용관리비도 호반산업 측에서 부담하고 있다.
호반산업 관계자는 할인분양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항”이라며 “지금으로서는 기존 입주민과 더 이상 협상할 만한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후 미분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 같은 갈등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존 입주민이 할인분양 입주민에게 '주차요금 500배, 커뮤니티 및 공동시설 사용 불가,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등의 요구를 해 논란이 된 전남 광양시 '광양 동문 디 이스트'에서도 할인분양 갈등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할인분양을 일시 중단했다가 올해 3월부터 재개한 상태로, 지난달엔 기존 입주민이 새 계약자의 이사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년 초 입주예정인 광주 남구 월산동 월산힐스테이트도 최근 미분양 물량을 계약하는 분양자들에게 입주지원금 9000만원을 주기로 하면서 기존 계약자들이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입주민들은 1억원 가까이 분양가가 차이나는 만큼 입주 후 집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의 경우도 대우건설이 미분양 가구에 대한 할인분양을 진행하자 기존 수분양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할인분양을 할 경우 바뀐 분양가로 기존 계약자와 재계약하거나, 기존 분양가와 할인분양가의 차액 일부를 돌려준다’는 등의 특약이 없으면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시공사의 할인분양에 대해 "계약 당시 별도 약정이 없었다면 할인분양을 했다고 기존 수분양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 판례"라고 했다.
특약이 있더라도 진통을 겪는 사례도 있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 수분양자들은 ‘분양조건 변경 시 소급 적용' 특약 조항을 들어 지난 2월 시행사와 신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대구 수성구 '시지 라온프라이빗'에서는 분양가 20% 수준의 할인분양을 진행한 이후 기존 입주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기존 분양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4037가구로 7개월 연속 늘고 있고, 이 중 준공후 미분양은 1만3230가구로 11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준공후 미분양 물량의 80%는 지방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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