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최근 제각각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을 쏟아내며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11월 대규모 입주를 앞둔 올림픽파크레온(둔촌주공) 입주자의 대출 문의가 은행에 빗발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장은 다음 주 중 은행장들과 만나 실수요자 중심의 일괄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영업점에는 가계대출 방침을 두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동시에 일부는 제한 조치만 하는 곳도 있어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는 11월 27일 입주를 앞둔 서울 둔촌동 올림픽파크레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림픽파크레온은 입주 물량만 1만2032가구로 대규모다. 그런데 조건부 전세대출이 속속 중단되자, 분양 대금 일부를 세입자의 전세대출로 충당하려던 이들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을 가장 강하게 막고 있는 은행은 국민(10월 말까지 한시적 중단)과 우리은행이다. 일반 분양자가 이미 잔금을 다 치렀다고 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다면 세입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또 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분양 대금이 완납된 경우에만 전세대출을 내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지만, 신규 분양은 여기서 제외했다. ‘소유권 변경 시’라는 조건부 전세대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분양 계약서상 분양자가 소유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잔금을 완납할 때 소유권이 변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9일부터 1주택 소유 가구가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을 목적으로 대출을 요청할 경우,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이 유주택자에 대해 주담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한 이후 처음 시중은행에서 추가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투기 목적 없는 유주택자에 대해 조치 완화 필요성을 지적하며 은행의 가계대출 방침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 은행회관에서 이 원장과 주요 시중은행장이 만나 전반적인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은행마다 다른 조건부 전세대출 방침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전망이다. 또 소유주 이전 등기가 완료되지 않으면 세입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는 등 엄격한 조건부 전세대출 방침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으로 소비자들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데, 자칫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며 “다음 주 금감원장과 은행장이 만나 은행마다 다른 조건부 전세대출 방침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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