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주가 앞자리수 바꾸는 공개매수, 금감원 '투자유의 당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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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10-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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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부원장회의에서 최근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에 대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13일부터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홀딩스를 통해 진행 중인 고려아연·영풍정밀 대상 공개매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한 겁니다.

공개매수는 어떤 투자자가 기업지배권 획득 등을 목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을 취득해 보유비율이 5% 이상이 되려는 경우 그 주식 등을 공개적인 방법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특정 투자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일반 투자자가 향후 불리한 지위에 처할 가능성을 우려해 보유지분을 저가에 매도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는데,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동등한 매도 기회를 부여해 이를 해소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33조에 따르면 대상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과 이와 관련되는 증권을 증권시장 밖에서 6개월 이내에 10명 이상에게서 5% 이상 취득하려고 할 때 공개매수를 해야 합니다. 공개매수는 이미 지분율이 5% 이상인 대주주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안정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대주주보다 높은 지분율을 확보해 대상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오는 수단이 될 수도 있죠.

공개매수 절차는 매수주체(공개매수자)가 공고·신고서를 제출한 뒤 20~60일 내 매수를 진행하고 매수기간이 끝난 다음 공개매수 조건에 따라 응모(청약)한 주식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종료됩니다. 공개매수신고서에는 공개매수자, 공개매수대상 주식 등 증권의 종류·수량 및 가격, 공개매수 조건과 기간, 공개매수자의 신고시점 및 공개매수 후 보유주식 수량·비율, 사무취급자(주관사) 등 정보가 기재됩니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개매수신고서를 참고해 보죠. 매수주체는 MBK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고려아연의 지분 33.13%를 보유한 '영풍(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 특별관계자 포함)'이고, 이들은 고려아연의 발행주식 가운데 6.98~14.61%(144만5036~302만4881주)를 주당 75만원에 사려고 합니다. 매수기간은 지난 9월 13일부터 오는 10월 6일까지, 결제일은 10월 10일입니다.

대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응하려면 신고된 공개매수기간 중에 주관사에 청약을 하면 됩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니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이 가능하겠네요. 과거에는 전화, 팩스,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공개매수를 할 수 없었고 주관하는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야만 했죠. 최근 비대면 청약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으로 공개매수 신청을 받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신고서의 주식 공개매수가격은 제출 시점 증시의 주가보다 높게 책정됩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려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대신 공개매수자에게 파는 것이 이익이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주가는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동안 더 오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공개매수 대상 주식을 늦게라도 낮은 가격에 사서 공개매수자에게 넘기면 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전인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55만6000원이었는데 공개매수 기간 급등해 60만~70만원대를 오갑니다. 지난달 20일 73만5000원까지 올랐습니다. MBK·영풍이 지난달 26일 신고서를 정정하기 전 주당 70만원이었던 공개매수가도 훌쩍 넘긴 거죠. 경영권 확보에 보탬이 될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랐는데, 주가가 그보다 높고요.

공개매수가보다 대상 주식 가격이 더 높은 수준에 형성되는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지만, 설명은 가능합니다. MBK·영풍과 고려아연처럼 경영권 확보에 나선 투자자와 기존 고려아연 대주주·경영진 간의 '대결' 구도에서는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쪽이 더 높은 공개매수가를 제시하며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거든요. 고려아연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 또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재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공개매수가 인상이 꼭 좋지만은 않습니다. 매수자는 당초 필요한 최대 수량의 주식만 사면 그만입니다. MBK·영풍이 14.61%를 초과하는 주식을 사진 않을 겁니다. 매수가가 오르는 만큼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서 청약을 하겠지만, 이들 모두가 매도차익을 얻을 순 없겠죠. 공개매수 때문에 오른 주가가 이후 정상화하면 이들의 투자 손실은 필연적입니다. 최근 금감원장의 당부사항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개매수제도를 활용해 경영권 분쟁 중인 MBK·영풍과 고려아연의 상황에 대해 "공개매수 과정에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투자자에게는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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